[손에 잡히는 책] 우리가 미처 몰랐던 번역에 관한 모든 것

입력 2014-01-17 01:32


내 귀에 바벨 피시/데이비드 벨로스(메멘토·1만8000원)

오늘날 번역은 도처에 존재한다. 유엔에도 유럽연합에도 세계무역기구에도 있을 뿐만 아니라 가공식품 라벨에도 있고 조립식 가구 설명서에도 있다. 우리는 번역이 없다면 외국산 가구 조립도 못할 것이며, 외국대학의 다양한 교과를 배울 수도 없고, 나아가 새로운 세계와 만나지도 못할 것이다. 번역가이자 전기 작가인 저자는 사전 번역, 기계 번역, 성서 번역, 문학작품 번역 등 번역에 관한 모든 것을 인문학적 지식을 총동원해 풍성한 입담으로 풀어나간다. 예컨대 ‘시는 번역 과정에서 사라진다’라는 말이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간주되지만 저자는 “프로스트가 그런 말을 한 증거는 없다”면서 이렇게 강조한다. “시 번역에 대해 끊임없이 잡소리가 나오는 것은 정서를 번역할 수 없다는 통념 때문이다. 시 번역과 같은, 언어 간 중재 행위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형언할 수 없는 것들은 애초에 소통 행위 자체와 무관하다.”

책 표제에 쓰인 ‘바벨 피시’는 코믹 SF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작고 노랗고 거머리같이 생긴 물고기다. 이 물고기는 귀에 집어넣으면 어떤 언어라도 즉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통역기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