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카르멘’ 주인공 김재형 “섬세하고 감성적인 돈호세 기대하세요”

입력 2013-11-18 17:01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카르멘이다.”

미국 출신의 오페라 스타 메조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43). 2006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카르멘’에서 카르멘 역으로 데뷔한 그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등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 및 축제에서 활약하면서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오늘, 우리가 가장 원했던 이상적인 돈호세를 만났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세계무대에서 활동 중인 테너 김재형(40). 2006년 도이체오퍼 베를린 오페라 ‘카르멘’에서 돈호세 역으로 데뷔한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극장, 오스트리아 빈 국립극장 등의 무대에서 활약하면서 스페인의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를 이을 가수로 평가받고 있다.

노래와 연기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선다. 국민일보 창간 25주년 기념으로 2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무대에 올려지는 오페라 ‘카르멘’의 주인공을 맡았다. 올드리치는 사랑을 갈구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으로, 김재형은 카르멘의 유혹에 빠져드는 탈영 군인 돈호세로 호흡을 맞춘다.

공연을 앞두고 리허설이 한창인 두 주인공을 지난 15일 서울 대치동 강남구민회관 연습실에서 만났다. 올드리치는 카르멘이 돈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하바네라-사랑은 들새와 같아’를 열창하고, 김재형은 돈호세가 카르멘에게 호소하듯 부르는 ‘꽃노래’로 화답했다. 이어 ‘카르멘과 호세의 2중창’을 함께 부르며 사랑의 감정을 나누었다.

3시간여의 연습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서로를 추어올렸다. “문화가 서로 다르고 처음 만나 호흡을 맞추지만 제 표정이나 느낌을 잘 이해하는 것 같아요. 지난해 한국에서 카르멘을 연기해 인기를 끌어서 그런지 분위기에 익숙하고 동료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김재형)

“한마디로 굿이에요. 훌륭한 가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해 파트너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폭발적인 노래가 매력입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찾아가는 과정인데 극 중 카르멘과 돈호세처럼 무대에서 본능적인 관계, 불꽃 튀는 감정에 빠져들 것 같아요. 하하.”(올드리치)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을 맞아 ‘카르멘’의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 올드리치는 “한국 팬들이 오페라를 무척 좋아하고 열렬하게 갈채를 보내 올해도 즐거운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연기와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출중한 미모까지 갖춘 그는 “남자를 유혹하는 섹시한 캐릭터의 카르멘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과 자유를 찾아나서는 내면의 이미지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은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이번 돈호세는 원작의 선 굵고 호방한 캐릭터보다는 섬세하고 비이성적인 인물로 그려진다”며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끌고 가는 역할이어서 어깨가 무겁다”고 털어놨다. 국내외 팬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그는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공연 이후 2018년까지 해외 무대가 줄줄이 이어질 정도로 바쁘다.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의 ‘카르멘’은 19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집시 여인 카르멘의 드라마틱한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집시의 정열적인 선율과 리듬, 쿠바풍의 강렬한 음악과 환상적인 색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프랑스 메츠메트로폴 오페라극장의 예술감독인 폴 에밀 푸흐니가 연출한 감각적인 무대도 볼만하다. 공연은 21일 오후 7시30분, 23일 오후 3시에도 올려진다(02-586-528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