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0년] 겉으론 전략적 협력… 정치적으론 ‘멀고 먼 이웃’

입력 2011-12-30 18:08


2012년은 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를 맺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수교 당시 우호협력관계를 설정한 양국의 외교관계는 98년에 ‘21세기를 향한 협력 동반자 관계’(김대중 정부), 2003년 ‘전면적(全面的) 협력 동반자 관계’(노무현 정부), 2008년 ‘전략적(戰略的) 협력 동반자 관계’(이명박 정부)로 단계적으로 격상됐다.

그러나 지난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을 계기로 한·중 관계도 중대 고비를 맞았다. 중국은 다시 한번 북한의 혈맹임을 과시하며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우리와 거리가 있음을 드러냈다. 향후 북·중 관계와 더불어 중국의 차기 5세대 지도부들이 한·중 관계설정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진보정권에서 비약적 발전=92년 8월 수교 이후 양국은 큰 마찰 없이 외교관계를 발전시켜왔다. 특히 98년과 2003년 각각 출범한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른바 진보정권 10년간 한·중 관계는 밀월 수준으로 한 차원 상승했다는 평가다. 김대중 정부 시절 양국은 서로의 숙원을 풀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0년 6월 분단 반세기 만에 이뤄진 1차 남북정상회담은 당시 우리 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한 중국 정부의 측면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또 2001년 12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중국과 가입 협의를 벌이는 등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한·중 관계는 큰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경제 분야를 벗어나 외교·안보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2002년말 불거진 2차 북핵 위기를 이후 6자회담의 틀로 관리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과의 협력이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악재도 있었다. 2000년 이후 대규모 탈북 사태와 2004년 동북공정 문제는 양국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했고 마찰도 격화됐다. 하지만 정부 간 협력의 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012년 한·중관계 갈림길=이명박 정부도 양국 관계가 격상되는 등 겉모양에서는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주춤해진 기류는 감지된다. 현 정부가 한·미·일 동맹에 치중하면서 중국이 적지 않은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에서 북한 편을 든 중국의 태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또 북핵 문제 역시 교착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서해 불법조업 문제도 양국 현안으로 등장했다.

2012년은 중국에 5세대 지도부를 위시한 정권교체가 예정돼 있고 한국 역시 총·대선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중, 남·북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예측불허인 상황이다. 여러모로 한·중 관계가 중요한 기로에 선 셈이다.

중국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10월엔 공산당 총서기, 2013년 3월에는 국가주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북한에 대해선 우호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우리 정부 역시 전략적인 대북정책을 모색하는 한편 동북아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