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기고] 총선·대선은 기존 정당 시험대
입력 2011-12-30 18:29
2012년은 가히 정치의 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20년 만에 다시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한 해에 치러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후반부터 정치권은 금년의 선거를 앞두고 재편과 통합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민주당과 친노그룹, 시민사회 세력, 한국노총이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으로 변신했고, 민주노동당 역시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통합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옹립하면서 당의 면모일신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당 재편은 선거를 앞두고 있었던 정치권의 그간의 변신 노력과는 좀 다르게 보아야 할 것 같다.
올해 선거 정치적 변화 견인
지난해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나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은 기존 정당들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과 불만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정당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가 주어진 것이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정당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환경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정당체계의 시발점은 1990년 1월의 3당 합당이다. 3당 합당과 함께 호남 대 비호남 구도의 정당 정치가 형성됐고 이후 김종필이 자민련을 창당하며 민자당에서 이탈하면서 영남, 호남,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3개의 지역 정당이 서로 경쟁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다. 이후 민주노동당 등장 등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큰 틀에서 지역주의에 기초한 정당체계는 온전하게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영남 대 호남을 축으로 하는 지역주의 갈등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오늘날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계층 간 격차의 확대, 취업의 어려움, 신분 상승의 장벽,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등 사회경제적인 이슈로 변화했다.
최근의 이른바 정당정치 ‘위기론’은 바로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정당 정치가 제대로 수용해 내지 못한다는 한계를 반영하고 있다. 정치적 하부구조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갈등 구조는 계층과 같은 사회경제적 특성으로 변모했지만 정치적 상부구조인 정당 정치는 여전히 지역주의 갈등에 기초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하부구조와 상부구조 간의 부조화가 주요 정당에 대해 강한 불신과 불만을 갖게 만든 것이다. 따라서 기존 정당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동안 각 정당이 지녀온 정체성과 내적 구성에 대해 근본적인 변혁을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올해 선거는 민주화 이후 정치적으로 가장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정당 정치가 기초했던 지역주의가 상당히 약화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사실 지역주의 정치의 퇴조 현상은 이미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 대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수의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경남에서 친노 김두관 후보가 도지사로 당선되었고 부산에서는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낙선하기는 했지만 45%라는 인상적인 득표를 했다. 금년 두 차례 선거에서는 특히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의 정당 질서와 다른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당 합당 이후 정당 구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정당 정치가 지역주의에서 벗어나면서 정체성의 변화도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미 야당들은 진보적인 색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정당들, 자기변혁 꾀해야
한나라당 역시 박근혜 체제 하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해 갈 것이다. 이러한 정당 정치의 변화 과정에서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도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시대적 요구에 가장 잘 부합하는 후보자를 선거 때마다 선택해 왔다. 이런 점은 금년 두 차례의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사회경제적 환경에 맞춰 어떤 정치세력이 보다 근본적으로 자기변혁을 이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올해 두 차례 선거에서의 정치적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 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