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대선 누가 뛰나] 안철수, 출마카드 쥐고 ‘시점 저울질’

입력 2011-12-30 18:2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올해 대선 판도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직접 출마할 경우는 물론이고, 불출마 때도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를 요동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지난 9월 서울시장 후보 양보, 10월 박원순 후보 공개지지, 11월 1500억원대 재산 기부 선언 등 일련의 ‘충격요법’으로 정치권을 뒤흔들어왔다. 안 원장의 이런 행보는 결국 대선 출마 문제와 맞닿아 있다. 현재 안 원장의 그간 행보와 주변 인사들 전언에 따르면 안 원장은 대선 출마를 심각히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 원장은 지난 9월 이후 10차례 가까이 기자들과 만났을 때 대선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단 한번도 부정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안 원장은 “국회의원은 혼자서 바꿀 수 없는 게 많지만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은 혼자서 바꿀 수 있는 게 많아 의미를 느꼈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따라서 안 원장이 출마 카드를 계속 손에 쥔 채 올해 정치적 상황을 지켜보면서 최종 결심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원장의 올해 첫 공개적 행보는 1월 또는 2월에 있을 국가 차원 및 개인 차원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 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책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길게는 몇 개월 동안 판매부수 기록 경신 게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고 덩달아 안 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원장은 그러나 이번 1학기에 직접 강의하는 과목을 개설한 만큼 4월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다. 대신 학기가 끝나는 6월 이후에는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수 있다.

안 원장이 출마하면 기성 정당 및 정치인들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무당파(중도) 시민사회 세력을 껴안는 동시에, ‘2040’세대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제정의 구현, 공익 및 상생 등과 같은 안 원장이 내세워 온 가치가 선거 이슈로 부상할 수 있다.

일각에선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을 반대한다”고 밝힌 안 원장이 야권 대선주자들 중 정권교체를 이뤄낼 만한 사람이 있을 때는 직접 출마하지 않고 박 서울시장 경우처럼 ‘선거지원’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하지만 야권주자들이 여권 유력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할 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