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한·미, 北 새 지도부에 대화재개 메시지
입력 2011-12-29 18:50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새 지도부를 향해 대화 재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북한의 올바른 시그널을 기다리겠다는 전제 조건을 걸었으나,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강한 메시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전에 사실상 합의에 도달했던 대북 식량지원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잠정중단 조치의 대화 기조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8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에서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 올바른 조건 하에서 대화 과정이 재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입장이 미국 측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임 본부장은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올바른 시그널을 보내오기만 하면 다시 대화에 응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새 지도부가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서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언제든지 미국은 대화를 갖겠다는 뜻이다. ‘올바른 조건’에 대해 그는 더 이상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의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하다는 데 미국 측과 의견을 같이했다”면서 “깊이 있고 유익한 대화”였다고 언급했다. 면담에는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도 참석, 대북 식량지원 문제 등도 논의됐다.
앞서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고위급 대화 재개 전망과 관련해 “북한의 추도기간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면서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시그널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북한 새 지도부가 어떤 대외 정책을 취할지 상당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 영결식 이후 북한의 첫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임 본부장이 베이징에 이어 워싱턴을 방문, 한·미·중이 북한 문제를 놓고 3각 대화를 가짐으로써 북한의 안정적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워싱턴은 향후 북한 새 지도부의 ‘계산된’ 첫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적이기보다는 일단 대화 국면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그것이 비핵화 또는 국제사회로 편입하는 첫걸음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워싱턴은 새로운 체제를 갖춘 평양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이달 초 그동안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왔던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아·태 담당 차관을 주(駐)제네바 대사로 발령내고 후임에 이고리 마르굴로프(50) 제1아주 국장을 차관으로 승진시켜 임명했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