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마가를 찾아서] (1) 마가는 누구인가

입력 2011-12-29 18:17


꾸준한 성경연구를 통해 성서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품을 저술해 오고 있는 작가 김성일 장로의 ‘잃어버린 마가를 찾아서’가 오늘부터 연재됩니다.

김 장로는 최초 복음서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의 행적이 성경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은 것에 착안, 이번 연재를 통해 마가와 그 주변 인물들의 행방을 추적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연재의 관련 사진은 이강근 목사가 맡습니다. 이 목사는 장신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스라엘 히브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예루살렘 유대교회 담임목사 및 유대학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예수님 따르다 달아난 부잣집 아들 잃어버린 16년 행적은?

필자는 최초의 복음서를 기록한 마가의 생애를 추적하여 장편소설 ‘마르코스 요안네스(전3권)’를 써낸 바 있다. ‘마르코스 요안네스’는 ‘마가라 하는 요한(행 12:12)’의 헬라어 표기이다. 마가는 신약 시대의 초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에 그의 행적에 대한 기록이 상세히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 필자의 작가적 흥미와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그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들을 찾아내고 긁어모으면서 나름대로는 큰 감동을 얻게 되었다. 필자는 이제 그 경위와 감동을 독자 여러분과 한번 나누고 싶어졌다. 손에 들어온 자료들을 가지고 작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더 필요한 것들을 추리력으로 캐내고 상상력으로 그것들을 짜 맞춰 재구성하는가에 대해 독자들도 궁금하게 여길 것이다. 또 그런 과정을 함께 손잡고 다니다 보면 뜻밖에도 성경의 행간에 숨어 있는 놀라운 비밀들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가, 그는 과연 누구였던가.

“날이 새어 샛별이 너희 마음에 떠오르기까지 너희가 이것을 주의하는 것이 옳으니라.”(벧전 1:19)

신약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해 놓은 네 개의 문서를 우리는 복음서라고 한다. 신약 성경의 첫 부분에 배치된 이 복음서의 순서가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그리고 요한복음으로 되어 있다. 이들 중 어떤 복음서가 가장 먼저 기록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일부 학자들이 마태복음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가 마가복음이 먼저라는 데 일치하고 있다. 마가는 최초의 복음서를 기록한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성경에는 마가에 관한 기사가 조금씩 단편적으로만 소개되고 있을 뿐이다. 성경에 마가의 이름이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사도행전 12장에서다. 헤롯 아그립바의 명령으로 체포된 베드로가 천사가 열어 준 옥문을 나와 마가의 집에 이른 장면이다.

“마가라 하는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에 가니 여러 사람이 거기에 모여 기도하고 있더라.”(행 12:12)

이 내용을 근거로 예수의 승천 후 성령이 강림하실 때까지 열흘 동안 120명이 모여 기도했던 그 다락방이 역시 같은 장소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제자들이 감람원이라 하는 산으로부터 예루살렘에 돌아오니 이 산은 예루살렘에서 가까워 안식일에 가기 알맞은 길이라 들어가 그들이 유하는 다락방으로 올라가니.”(행 1:12∼13)

그리고 다시 43일 전으로 돌아가면 이 다락방은 예수께서 잡히시기 전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가지셨던 그 장소이기도 했다. “자리를 펴고 준비한 큰 다락방을 보이리니 거기서 우리를 위하여 준비하라 하시니 제자들이 나가 성내로 들어가서 예수께서 하시던 말씀대로 만나 유월절 음식을 준비하니라.”(막 14:15∼16)

예수께서 잡혀 가실 때 제자들은 모두 그분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분이 어찌 되는가를 지켜본 가룟 유다는 물러가 목을 매어 죽었다. 가야바의 집까지 갔다가 세 번이나 그분을 부인하고 통곡하며 그곳을 떠난 베드로와 골고다 언덕까지 따라갔다가 그분의 모친을 부탁받은 요한 역시 다른 제자들과 함께 숨어 있었다. 제자들이 숨어 있던 곳도 역시 마가의 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리아가 가서 예수와 함께하던 사람들이 슬퍼하며 울고 있는 중에 이 일을 알리매 그들은 예수께서 살아나셨다는 것과 마리아에게 보이셨다는 것을 듣고도 믿지 아니하니라.”(막 16:10∼11)

그 후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을 찾아오신 곳도 그곳이었을 것이다.

“그 후에 열한 제자가 음식 먹을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나타나사 그들의 믿음 없는 것과 마음이 완악한 것을 꾸짖으시니 이는 자기가 살아난 것을 본 자들의 말을 믿지 아니함일러라.”(막 16:14)

이상의 기록들로 볼 때 마가의 집은 신약 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가 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목적은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함이지만 그 사역의 절정은 역시 그분의 고난과 희생과 부활이고 그에 이어지는 성령 강림의 사건이다. 그 사건들이 이루어지는 유월절 만찬과 그분이 무덤에 계시는 동안 제자들이 숨어 있던 것과 부활하신 그분이 나타나신 것과 성령 강림 사건이 모두 마가의 집에서 일어났다면 마가의 집은 보통 장소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가는 예수의 사역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그의 모습을 스스로 적어 놓은 대목이 그것을 설명해 준다.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막 14:52)

주석가들은 이 청년이 곧 마가 자신이었을 것으로 해석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기사를 삽입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서 우리는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했다는 그의 차림새에 대해 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유대인들의 베 홑이불이란 것은 그들이 흔히 속옷 위에 걸치고 다니는 겉옷을 의미한다. 그것은 몸에 두르고 다니다가 때로는 벗어서 몸을 덮는 데도 쓰인다. 그런데 이 청년은 벗은 몸 위에 그냥 겉옷만을 걸쳤다. 날씨가 더웠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예수 같은 훌륭한 선생님을 따라 나서는데 그런 차림새로 갔다는 것은 그분에 관하여 별로 관심도 없고, 또 따라가기 싫은 것을 억지로 따라갔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 밤에 예수와 그의 제자들을 따라 겟세마네, 즉 감람원으로 갔던 것일까? 그는 도대체 어떤 젊은이였던 것일까?

지금도 남아 있는 마가의 집 다락방은 120명이 함께 기도할 수 있을 정도여서 그 집이 꽤 큰 규모의 저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마가의 어머니 마리아는 과부였으나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 마리아와 외삼촌 바나바는 레위 지파 출신이었고(행 4:36) 부친 역시 레위 지파 출신이었다. 유대를 지배하는 이방 민족의 박해가 심해지면서 많은 레위 지파 사람들은 예루살렘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았다. 구브로에서 태어난 바나바 역시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마가의 부친은 아들의 본명이 요한이었으나 헬라어 이름인 마르코스로 부를 정도로 국제적인 감각을 가진 사람이었으며 아마도 장사를 하여 큰 재산을 모아 남겼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부잣집의 외동아들인 마가는 예수라는 인물에 관해 별로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외삼촌 바나바는 토지를 팔아 사도들에게 헌납할 정도로 열심이었고, 그의 모친 마리아 역시 예수와 그 제자들을 다 뒷바라지 할 정도로 적극적인 여성이었다. 그들이 예수를 따라가라고 마가를 강권했을 것이다.

“이에 그들이 찬미하고 감람산으로 가니라.”(막 14:26)

그날 밤 예수의 제자들 역시 뭔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 혹시 큰 능력을 지니신 예수께서 그날 밤 거사를 일으켜 늘 말씀하시던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낙관적인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가의 외삼촌 바나바도 마찬가지였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떡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신 주님께서 오늘 밤에 뭔가 큰 결심을 하신 것 같으니 너도 따라가 그분의 사역에 참여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을 수도 있다. 그의 모친 마리아도 역시 외삼촌과 같은 의견이었을 것이다. 마가는 할 수 없이 벗은 몸에 겉옷만 두른 채 그들을 따라나섰으나 외삼촌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가 잠들어 있을 때 예수 그분이 체포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도망치던 마가는 대제사장의 하속들에게 잡혔다.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하니라.”(막 14:52)

그것은 AD 30년의 일이었다. 그리고 성경에 다시 그가 나타나는 것은 16년이나 지난 AD 46년이다.

“바나바와 사울이 부조하는 일을 마치고 마가라 하는 요한을 데리고 예루살렘에서 돌아오니라.”(행 12:25)

안디옥에서 일하던 바나바와 사울이 큰 흉년으로 어려움을 겪는 예루살렘 형제들을 돕기 위해 부조금을 마련해 방문한 것은 AD 46년경이었다. 예수께서 체포되던 밤에 겟세마네에서 벗은 몸으로 도망쳤던 마가는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16년 후에 다시 성경에 등장한 것일까? 사도행전에는 그 사이에 일어난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과 성령 강림 그리고 사도들의 활동과 기적, 스데반과 야고보의 순교 등 많은 사건들이 적혀 있다. 그동안 마가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