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맥로비와 비리의혹에 휩싸인 금융당국

입력 2011-12-29 22:06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퇴직 후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저축은행에 감사로 취업한 뒤 인맥을 이용해 새 직장의 방패막이 역할까지 했다. 금융회사 운영실태를 점검하는 일로 직장생활을 한 뒤 이번에는 자신이 검사했던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가 친정격인 금감원에 로비를 벌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선·후배 사이가 돈독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조직력이 강해 이탈자가 적은 속성이 암흑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마피아를 닮아 금감원 출신들을 비꼬아 ‘금피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축은행 사태로 올 한 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금피아 4명이 이번에는 검사대상인 저축은행으로부터 8억원대 전원주택 용지를 공짜로 받아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중 한 사람은 뇌물로 고급 소나무인 금송(金松) 1000그루를 받아 화제가 됐다.

이들은 골프를 치다 풍광이 수려한 곳을 발견하고는 전원주택을 지어 같이 살기로 하고 알고 있던 저축은행 간부를 통해 돈을 대출받았다. 형질변경을 한 뒤 소유권은 지인 명의로 했다. 나중에 이 저축은행 회장은 돈을 갚을 필요가 없다고 얘기했고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한 푼도 갚지 않았다.

합수단은 이들이 타인 명의로 소유권을 등기한 데다 대출받은 곳이 자신들의 검사 대상인 저축은행이라 뇌물로 보고 있다. 명품 손목시계, 고급 양복, 아파트, 고급 소나무도 모자라 전원주택 용지까지 뇌물로 받는 금피아의 도덕적 해이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란 말이 무색하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상시 감독해 고객들이 맡긴 돈이 안전하게 운용되고 있는지 살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금감원은 금융 검찰로 불린다. 산업의 동맥인 금융이 막힐 경우에는 나라 전체 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금피아라는 수치스런 딱지를 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