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대권] 양파에서 건강을 본다

입력 2011-12-29 18:38


어렸을 때부터 양파 고장에서 자라 양파는 원 없이 먹고 지냈다. 신물이 날 것도 같은데, 양파 없는 식탁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아직도 중국 음식점에 가면 양파는 한 접시 더 시키고, 고기를 먹을 때도 양파절임은 두 접시씩 더 달라고 한다. 내심 양파 소비를 늘리기 위한 마음도 있지만, 양파가 빠지면 뭔가 허전하고 좋은 음식을 먹고도 깔끔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라면을 끓여 먹을 때는 양파 반 개를 채 썰어 넣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약간 달콤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라면의 인스턴트 맛을 싹 가셔주기도 한다.

양파는 마늘과 함께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이다. 기원전 5000년경에는 프러시아 지역에서 양파가 일종의 부적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있다. 기원전 4000년 무렵 고대 이집트에서 영원불멸의 의미로 장례식 제물로 이용됐고 미라를 만들 때 양파를 같이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1세기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대회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강화시키기 위해 생 양파를 먹거나 주스로 마시고 몸에도 발랐다는 기록이 있다. 그 당시에도 양파가 세포손상을 막아주는 항산화 효능을 지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양파의 효능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두툼한 뱃살을 가진 대사증후군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통한다. 실제로 지인 중에는 양파즙을 10여 개월 마시고 뱃살을 3인치나 줄인 사람도 있다. 별다른 식생활 개선이 없이도 이처럼 효과를 본 이유는 양파의 퀘르세틴(Quercetin) 성분 때문이다. 퀘르세틴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혈전을 녹이고 뭉친 혈액을 풀어준다.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과 같은 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기름진 음식을 즐겨먹는 중국 사람이 살찌지 않는 이유는 양파 덕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양파는 우리 식탁에서 빼어난 주연은 아니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조연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거의 모든 음식에 다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처럼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음식으로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데 양파를 자주 섭취하게 되면 지방연소는 물론 이뇨, 발한, 자양 강장, 해독 등의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양파를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면 특유의 매운 향과 맛이 많이 줄어들고, 가열하면 매운맛 성분이 분해되면서 단맛을 증가시킨다. 가열해도 좋은 성분은 거의 유지되기 때문에 다양하게 양파를 조리해서 먹어도 좋다.

겨울철 우리나라 기후는 삼한사온이 특징이다. 이상한파가 닥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따뜻한 날이 찾아온다. 따뜻함 뒤의 매서운 한파는 우리를 더욱 춥게 만드는데, 양파를 많이 먹으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추위도 덜어줄 것이다. 양파 수프, 양파즙, 양파김치, 양파볶음 등의 양파 요리로 일 년 동안 몸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여 깨끗하고 따뜻한 새해를 맞이해보자.

조대권 양파산업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