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1년-⑨ K팝] 지구촌에 ‘커버 현상’… 한국 뮤직에 홀리다
입력 2011-12-28 18:52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폴란드 바르샤바 문화과학궁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 코닥극장…. 올해 K팝 가수들의 공연을 요구하는 외국 팬들의 플래시몹(일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 일제히 같은 행동을 벌이는 이벤트)이 펼쳐졌던 곳들이다. 아이돌 그룹을 주축으로 한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다.
K팝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파돼 인터넷상에서 ‘팬덤’(열렬 팬집단)을 형성했으며 세계 각지에서 K팝 그룹들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커버 댄스 경연대회’가 열렸다. K팝 불모지에서 팬의 실체를 확인한 음반기획사들은 유럽과 미국, 남미 공연을 성사시켰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가 6월 파리에서 2회 공연에 1만4000여명을 모았다.
이어 JYJ가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SM 가수들이 10월 뉴욕에서, 샤이니가 11월 런던에서 각각 공연을 열었다. 비스트·포미닛·지나 등 큐브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은 12월 런던에서 무대를 마련한 데 이어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K팝 최초의 남미 공연을 개최했다. 타이거JK·윤미래 등 정글엔터테인먼트 가수들도 12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K팝이 낳은 팬덤은 좋아하는 스타의 모든 것을 모방하는 이른바 ‘커버 현상’으로 확대돼 패션, 뷰티 아이템, 관광 등 다른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K팝의 새로운 세계시장 진출 기반(글로벌 플랫폼)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는 한편, 아이돌 팝 외에 다른 음악장르나 만화, 영화, 문학 등에서도 ‘신한류’를 만들려는 계획이 활발하다. 경기도 고양시의 ‘신한류홍보관’이나 충남 세종시의 ‘한문화마을’ 프로젝트는 신한류를 지역 자원화하려는 시도다.
전문가들은 실력과 출중한 외모로 무장한 아이돌 그룹의 K팝이 온라인의 ‘초고속 광범위 루트’를 따라 전 세계에 파급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신대륙 상륙에 성공한 K팝은 저변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하는 단계다. 아직은 현지에서 10∼20대 주축의 신세대 마니아 문화로 자리 잡았을 뿐 대중문화의 한 분야로 뿌리를 내리려면 더 많은 공연과 홍보, 접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영국 팬 402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관객의 94%가 여성이며 10∼24세의 젊은층이 90% 이상으로 나타난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