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영결식] 김정일 마지막 길… 美製 리무진에 실려 평양시내 돌아

입력 2011-12-28 22:13

흰눈이 펑펑 내린 평양. 37년간 북한을 통치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은 북한군과 주민들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28일 오후 2시부터 김 위원장 영결식을 생중계했다. 중계는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금수산기념궁전 앞으로 들어오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검은색 코트차림의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영구차 오른편에서 차에 손을 얹은 채 천천히 입장했다. 김정은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눈이 쌓인 길을 걸었다. 김 위원장의 검은색 관 위에는 붉은 색 노동당기가 덮여 있었다.

북한 매체들이 영결식을 생중계한 것은 이례적이다. 17년 전 김일성 주석 사망 시에는 오전 10시 시작된 영결식을 정오에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과 중앙방송을 통해서만 보도했고 영결식 동영상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공개됐다. 영결식 방송은 ‘김정일의 입’으로 불리는 이춘희(68·여)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이춘희는 지난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발표했고 1994년 7월 9일 김 주석의 사망 소식도 전했다.

당초 영결식은 오전 10시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날 밤부터 내린 눈으로 4시간 정도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영결식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직접 영구차를 호위하며 식장에 들어선 것은 예상치 못한 장면이다. 김 주석 영결식 때는 김 위원장이 고위간부들과 함께 김 주석의 영구(靈柩)를 한 바퀴 돌며 마지막으로 애도를 표했다. 영결식 진행시간은 총 3시간으로, 4시간 동안 진행됐던 김 주석 때와 비교하면 1시간 가량 단축됐다.

김 위원장의 영구차는 94년 7월 19일 김 주석 시신 운구에 사용됐던 것과 같은 미국 포드사의 링컨컨티넨털 리무진이었다.

영구차는 금수산기념궁전 앞에 도열한 조선인민군 군기 종대와 육·해·공군 및 노농적위대 의장대를 지나며 인민군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영구차가 군대 앞에 이르자 기수들은 군기를 앞으로 숙였다. 사열이 끝난 뒤 운구행렬은 노제를 시작했다. 운구행렬은 김 주석 사망 시와 같은 순서로 같은 거리를 지나갔다.

활짝 웃는 김 위원장의 대형 영정을 실은 차량이 선두에 섰으며 김정은의 대형 조화를 실은 차, 영구차, 호위 군용차량, 주석단을 태운 차량 등이 뒤를 따랐다. 군악대는 김 주석 영결식 때 연주했던 빨치산 추도가를 편곡한 장송곡과 ‘김정일 장군의 노래’를 반복 연주하며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금성거리와 영흥네거리, 비파거리, 혁신거리 등 운구행렬이 지나는 평양시내 도로변에는 군인들과 주민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영구행렬을 오랫동안 기다린 듯 주민들의 머리카락과 옷은 눈에 젖어 있었다. 김 위원장 영정이 보이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고, 영구차가 지날 때면 통곡소리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눈물을 보이지 않는 시민과 군인도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운구행렬은 김일성 광장에 모인 주민들과 작별인사를 고하고 만수대언덕과 개선문 광장을 지나 오후 4시42분쯤 시신 보존 장소인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돌아갔다. 김정은은 이때 TV화면에 다시 등장했다. 김정은이 의장대를 사열한 뒤 21발의 조총과 조포가 발사됐고, 오후 5시 김 위원장의 영결식은 막을 내렸다. 금수산기념궁전 앞 광장은 눈발은 거의 그친 상태였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