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시대 맞은 북한 先民정치 나서라

입력 2011-12-28 18:2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어제 치러졌다. 이로써 북한으로서는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아무리 최고지도자라 한들 그 한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한 시대가 끝났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수령 1인 유일독재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일의 죽음은 글자 그대로 획기적(epoch-making)이다. 그의 장례식은 구시대의 폐막이자 새 시대의 서막이다. 새 시대를 맞아 북한 새 지도부가 선민(先民)정치에 나서 김정일 시대를 거치면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북한 주민들의 삶에 서광을 비춰주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물론 현재로서는 북한이 김정일 시대와 달라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 거의 모든 북한 전문가들이 그럴 가능성을 배제했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그랬듯 후계자 김정은도 아버지의 후광을 업을 목적으로 이른바 유훈통치를 해나갈 게 분명하다는 예상이다. 노동신문도 영결식이 열린 날 김정은이 ‘김정일 동지의 혁명유산을 더 풍부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김정일은 김일성 사후 17년간 절대권력을 휘두르면서도 아버지 김일성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김일성 동상은 북한 전역에 없는 곳이 없음에도 김정일의 동상은 스스로 건립을 반대해 전국적으로 2∼3개 밖에 없는 것도 이를 입증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일은 “수령님의 혁명위업을 계승해 조국통일을 이룩하고 강성대국을 세울 생각밖에 없다”며 자신의 동상 건립을 거부했다.

그런 김정일이 남긴 혁명유산이 무엇인가? 노동신문도 강조한 ‘핵무기와 위성’, 그리고 ‘선군정치’다. 오로지 체제 유지를 위해 인민의 민생과 인권은 내팽개친 채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군대, 군수산업에만 목을 맨 통치행태다.

유훈통치랍시고 김정은도 이를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민주화와 민생 우위의 도도한 조류를 거슬러서는 붕괴만 앞당길 뿐이다. “김 위원장이 갑자기 죽은 것은 후세인이나 카다피처럼 비참한 말로를 맞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늘이 도운 것”이라는 김정일의 전 개인교사 김현식 전 평양사범대 교수의 술회를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