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내전 종식 첫발… 카타르에 탈레반 연락사무소 설립키로
입력 2011-12-28 00:25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무장 이슬람 정치단체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을 위해 카타르 도하에 탈레반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미국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10년을 끌어온 양측 간 전쟁을 종결짓기 위한 첫걸음이다. 오는 2014년 아프간 주둔 미군의 완전 철군을 준비하는 미국이 평화협상 재개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탈레반 협상창구 도하에 설치=아프간 정부는 26일(현지시간) 탈레반의 폭력행위 중단과 알카에다와의 관계 단절 등을 전제로 카타르에 평화협상을 위한 탈레반 연락사무소를 설치하자는 미국의 방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 고위평화위원회(HPC)는 이날 카불 주재 외국공관에 보낸 문건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단독 보도했다. 그러나 어떠한 외세도 아프간 정부의 사전 동의 없이 평화협상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단서를 내걸었다. 이는 미국과 카타르가 앞서 탈레반 측과 비공개 협상을 가진 데 대해 카타르 주재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종전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사무소 개설의 전제조건으로 민간인에 대한 살상을 멈추고, 테러조직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고, 여성의 권리를 포함한 아프간 헌법을 인정할 것 등을 제시했다. HPC는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은 반드시 파키스탄의 지지가 뒤따라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아프간 관리들은 연락사무소 설치지역으로 사우디나 터키를 선호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유일한 조건은 이슬람 국가에서 열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타나모 탈레반 포로 처리 이견=아프간 정부가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용돼 있는 탈레반 포로 처리와 관련해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아프간 사태 해결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아프간 정부 관리들은 미국이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위해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수감 중인 일부 탈레반 포로들을 카타르에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의 한 관리는 “우리는 주권국가로 관련 법률을 갖고 있는데도 우리의 포로를 다른 곳으로 넘겨줄 수 있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의 직접 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독일과 카타르 등지에서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 측 인사들과 여섯 차례 협상을 가진 바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