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1년-⑧ 원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전세계 ‘방사능 공포’

입력 2011-12-27 18:48


지난 3월 11일 오후 일본열도를 강타한 대지진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도 치명타를 가하면서 전 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던 일본 원자력 발전소도 쓰나미엔 속수무책이었다. 바닷물이 원전을 덮치면서 발전기능이 정지됐고, 곧바로 통제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은 일본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지진 발생 4일 만에 수도권인 이바라키현에선 평상시의 100배에 이르는 방사선이 검출됐고, 도쿄에서도 평소의 20배나 됐다.

방사능이 일본 전역으로 퍼지면서 일본을 떠나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편은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사고발생 10일 만에 제1원전 1, 2호기에 전력이 공급되면서 사태는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방사성물질은 편서풍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됐다. 미국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등 서부지역은 물론 앨라배마, 매사추세츠 등 15개 주와 중국 내 헤이룽장성, 산둥성, 베이징 등 12개 지역에서 방사능이 측정됐다. 미국과 캐나다 서부지역에선 체내 방사성 요오드가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는 요오드화칼륨이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일본의 토양과 바다는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됐다. 사고발생 한 달 뒤 원전에서 40㎞ 떨어진 지역들의 토양에서는 일반 토양의 최고 15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다. 원전 취수구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면서 일본 근해도 오염시켰다.

후쿠시마현 오타마에서 재배된 시금치에선 기준치의 44배나 되는 세슘이 검출되는 등 일본산 농수축산물까지 방사능 범벅이 됐다. 전 세계 국가들은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식품이나 인근 해역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일본 원전 사고는 세계 각국의 원전 건설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계기로 작용했다.

독일은 노후 원자로 7기와 크루에멜 원전 등 8기를 즉각 폐쇄하고 원자로 6기는 2021년 말, 가장 최근에 건설된 3기는 2022년 말까지 가동한 뒤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40%에 이르는 스위스도 2019년부터 2034년까지 보유 중인 원자로 5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대체에너지 개발이 여의치 않은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키로 하고 최근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을 신규 원전후보지로 선정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