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뻑하고, 갑갑하고, 근질거리고, 칼칼하고… 겨울철 건조증상 대처 요령
입력 2011-12-26 18:24
날씨가 쌀쌀해지고 집집마다 난방을 시작하면서 우리 몸도 마치 낙엽처럼 메말라 금방이라도 바스락 소리가 날 것만 같다.
‘뻑뻑하다’, ‘갑갑하다’, ‘근질거린다’, ‘칼칼하다’…. 흔히 눈은 충혈되고, 콧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입안에서는 입 냄새가 날 듯할 때 말하는 표현들이다. 온몸을 긁어야 하는 순간도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바로 내 몸에 건조주의보를 넘어서 건조경보가 발령됐다는 위험신호다.
겨울철 건조함은 단순히 우리 몸의 피부나 점막이 건조한 증상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별도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도 있고, 방치할 경우 2·3차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눈이 뻑뻑하다… 안구건조증=눈물은 안구를 잘 적셔서 눈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눈물을 생성하지 못하거나 눈물 성분이 부족해 빨리 마르게 되면 눈이 불편해지는데 이를 ‘안구건조증’ 또는 ‘건성안’이라고 한다.
눈물은 정상적으로도 나이가 들면 분비량이 감소된다. 그러나 기후가 건조하거나 특히 스모그 같은 환경오염 또는 황사 현상이 있을 때는 증상이 더욱 악화되기 쉽다. 찬 바람이 많이 불어 건조한 요즘 같은 계절에 눈이 쉽게 뻑뻑해지는 이유다.
눈물이 메마르면 눈이 충혈되고, 화끈거리거나 찌르는 듯하고,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기도 하며, 심하면 무엇인가가 할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책을 보거나 TV를 볼 때 눈이 뻑뻑하고 눈을 자주 깜박거리게 되는 증상도 경험한다.
비앤빛강남밝은세상안과 김진국 원장은 “장기간 지속될 경우 2차적으로 결막염이 생기고, 만성화되기 쉬워 가능한 한 발병 초기에 발견,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및 예방을 위해선 원인이 될 만한 ‘건조’ 상황을 피하고, 인공눈물로 부족한 눈물을 보충해줌으로써 안구가 메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질 또는 안질환으로 눈물 양이 부족하게 됐을 때는 눈물이 내려가는 누도(눈물 점)를 막아서 눈물의 유실을 막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실내가 건조하면 가습기를 사용해 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를 위해 하루 8∼10컵 정도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또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은 스프레이, 헤어드라이어 등이 직접 눈을 향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TV, 컴퓨터, 책 등을 볼 때 눈을 자주 깜박여 주는 것이 좋고, 금연을 실천해야 한다.
◇콧속이 간질간질… 비강건조증=비강건조증은 콧속이 마르고 건조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콧속이 당기듯이 간지럽고, 코를 만지면 통증을 느끼며, 점막이 벗겨지거나 코피가 날 수 있다.
비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 등 대부분의 코 질환은 비강건조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콧속 점막의 분비기능이 저하되거나 건조한 환경, 비염 등은 비강건조증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밖에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신부전증, 고혈압, 당뇨, 항암 치료 환자 등)들도 노화 및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의 영향으로 쉽게 코 점막의 분비기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손으로 코를 함부로 후비는 행위는 금물. 비강 입구 코털이 있는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면 비전정염을 일으켜 코 주위가 발갛게 붓고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정도광 원장은 “비전정염은 코 문제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어린이들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콧속이 말라서 갑갑할 때는 바셀린과 같이 기름기가 많은 연고를 콧속에 발라주면 많이 완화되지만, 비전정염이나 습진이 동반된 경우에는 항생제나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포함된 연고를 사용해야 개선된다. 아울러 코를 후비거나 너무 자주 푸는 등 코를 자꾸 만지는 행동도 삼가는 게 좋다. 비전정염을 악화시키거나 코의 정상적 기능을 저해해 비강건조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온몸이 가렵다… 피부건조증=피부에는 건조를 막기 위해 지방질을 공급해주는 피지선이 있다. 그러나 팔, 다리, 손, 발, 배 부분에는 피지선이 적어 각질층에 있는 수분이 쉽게 증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누구나 나이가 들면 호르몬 변화와 함께 피부표면의 지방질 분비가 줄어들고 각질층에서 수분 함유 능력이 감소함에 따라 피부 건성화 현상이 심해진다.
특히 요즘처럼 차가운 바람이 일고 습도가 낮아 건조한 날씨엔 피부 신진대사가 약화돼 지방 분비가 적어지는 반면 수분 증발은 늘어나 피부가 더욱 건조해지기 쉽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누나 세척제, 기타 화학제품 등도 각질층에 있는 지방질의 손상을 초래한다. 잦은 목욕과 과도한 때밀이 습관도 한 원인이다.
일단 건조해진 피부는 표피를 통해 감작물질(항원을 예민한 상태로 만드는 물질)을 빨리 흡수하게 된다. 피부는 이 때문에 더 민감해져 가려움증도 심해진다.
따라서 겨울철 가려움증을 물리치려면 원인이 되는 상황을 피하는 생활환경 개선과 함께 피부 보습제와 완화제를 충분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실내 환경을 건조하지 않게 조절하고 유지하는 것이 피부건조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창문 열기를 통한 규칙적인 환기, 금연구역 확대 등도 필요하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는 “일반 사무실에선 채광이나 온도(16∼20도)와 습도(40∼60%), 환기와 공기정화 등 근무 환경을 최대한 자연환경에 가깝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