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서울대, 김정일 분향소 철거… 학생들 “설치 반대” 압도적
입력 2011-12-26 22:01
서울대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설치됐으나 곧바로 철거됐다. 서울 대한문 앞에서도 분향소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패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처럼 분향소 설치를 둘러싼 ‘남남(南南)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작 큰 갈등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학생 박모(22·여)씨 등 3명은 26일 오후 12시10분쯤 검은색 옷을 입고 학생회관 1층 식당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김 위원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찍은 사진과 국화꽃 등을 얹은 분향소를 만들었지만 학교 측은 청원경찰 등을 동원해 곧바로 철거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내부 통신망에는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 학생은 ‘민주열사들의 분향소가 있었던 자리에 김정일 분향소가 마련돼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분향소 철거 과정에서 학생들의 저항도 거의 없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한 국가보안법피해자모임의 시도는 경찰 제지로 무산됐다. 이 모임 조종원 대표는 오후 5시쯤 경찰관 120여명이 둘러싼 대한문 앞으로 진입하다 제지당했다. 이후 30여분 동안 피해자모임 회원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하다 연행됐으나 더 이상 충돌은 없었다. 주변에서는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이 ‘천안함 연평도 희생에는 분향했느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반대시위를 벌였다.
검찰은 분향소 설치 자체를 실정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키로 하고 주요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사이버 분향소 설치의 위법성 여부도 검토 중이다. 서울대를 관할하고 있는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에 저촉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한문 앞 분향소는 설치되지 못했고, 서울대 분향소도 설치 직후 철거돼 국보법 적용여부는 불확실하다.
한편 대검찰청 공안부(임정혁 검사장)는 김 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방북한 황혜로(35·여)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연대 공동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