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의 북한 후견자 행세 지나치다

입력 2011-12-26 18:06

김정일 사망 이후 국제사회에 대놓고 북한의 후견자 역을 자처하는 중국의 행태가 눈총을 받고 있다. 단순한 후견자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김정일 사망 발표 다음날 한·미·일·러 4개국과 외교장관 간 전화통화를 통해, 그리고 4개국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북한 내부는 안정돼있으니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심하게 말해 북한이 마치 ‘보호국’이라도 된다는 듯한 투다.

물론 중국이 동북아 평화를 위해 권력 전환기에 놓인 북한의 안정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특히 최대 후원국으로서 북한에 대한 기득권 혹은 영향력을 차제에 세계에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다소 과장된 행태를 보인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중국이 북한을 제쳐놓고 다른 나라들에 북한과 관련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그 이상의 저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사실 북한은 핵무기 개발 등으로 국제적 고립이 심화됨에 따라 김정일 생전부터 이미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져왔다. 그런 상태에서 김정일이 사망하고 권력 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후계체제가 들어서면 대중 예속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극심한 혼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이 북한을 접수할지도 모른다는 설까지 나왔다.

리처드 루가 미 상원의원 같은 이는 25일 김정일 사망 후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위태로운 일로 경제난에 처한 북한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제3국에 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북한을 자국의 1개 주로 여기는 일이 발생할지, 탈북사태가 확대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 맞서는 ‘방파제’로서 북한의 중국 ‘변방화’를 직접 거론한 것이다.

현재로서 중국이 북한에 거의 유일하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별개로 치더라도 그렇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종주국’이 될 수는 없다. 만에 하나라도 중국에 그 같은 의도가 있다면 버려야 옳다. 아울러 북한은 중국 예속이 더 이상 심화되기 전에 하루빨리 개혁 개방의 길, 정상국가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