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北 절대권력 ‘국방위’ 뒷전으로 밀려나

입력 2011-12-23 18:59

현 북한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은 국방위원회다. 1972년 중앙인민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탄생한 국방위원회는 유명무실한 조직이었으나 9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훈통치를 끝내고 전면에 나서면서 선군정치를 이끄는 최고 권력기관으로 떠올랐다.

북한은 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권의 최고군사지도기관’ ‘전반적 국방관리기관’으로 국방위원회를 격상한 데 이어 2009년 다시 헌법을 고쳐 ‘국가주권의 최고국방지도기관’으로 지위를 끌어올렸다.

권한도 막강하다. 국가 중요 정책을 수립하고 전반적 무력과 국방건설 사업을 지도한다. 또 국방위원장 명령과 국방위원회 결정을 지시·집행하고 감독하며 국방 부문의 중앙기관을 신설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

국방위원장은 인민군을 지휘 통솔하고 국가사업 전반을 지도하며 중요 조약의 비준 및 폐기와 특사권을 행사하는 등 절대권력을 갖고 있다.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국가의 최고 직책이며 조국의 영예와 민족의 존엄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성스러운 중책’이 국방위원장이다. 특이한 것은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북한 헌법에는 국방위원장 유고와 권한대행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김영춘(75) 인민무력부장, 이용무(86) 정치국 위원, 오극렬(80) 전 총참모장, 장성택(65) 당 행정부장이 부위원장으로 돼 있고 김정각(70) 총정치국 제1부국장, 박도춘(67) 정치국 후보위원, 백세봉(65)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 우동측(69)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주규창(83)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이 위원으로 있다. 제1부위원장은 조명록이 2010년 11월 6일 심장병으로 사망한 이후 공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공식 후계자로 등장한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당 중앙군사위 위상과 역할이 강화되면서 국방위원회 위상은 추락했다. 김 위원장이 원활한 3대 권력세습을 위해 국방위원회 권한과 임무를 상당 부분 당 중앙군사위로 이양했기 때문이다.

당 중앙군사위는 군사정책을 총괄하고 군을 지휘할 뿐 아니라 군수산업 조정권을 행사한다. 군사에 관한 한 그 권한이 국방위원회에 비견된다. 북이 지난 19일 김 위원장 부고를 발표할 때에도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다음으로 국방위원회가 위치해 권력 변화를 실감케 했다.

따라서 김정일 시대 마감과 함께 국방위원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정은은 국방위원장이 아닌 당 중앙군사위원장 등 다른 직책으로 북한을 통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주석제를 폐지해 김일성 주석을 영원한 주석으로 남게 한 것처럼 김정은도 국방위원회를 폐지해 아버지를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남게 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