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김정은, 아버지처럼 ‘피의 숙청’ 통해 권력 다질 듯
입력 2011-12-23 18:58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새로운 북한 최고 권력자로 등극한 김정은은 아버지와 같이 ‘피의 숙청’을 통해 권력 공고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4조원대에 이르는 김 위원장의 해외 비자금도 아들에게는 중요한 통치 수단이 될 전망이다.
북한에서는 2009년 1월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된 이후 고위 인사들의 처형과 의문사가 잇따르고 있다. 김정은 등장 이후 최대 의문사 사건은 20년 넘게 당 인사를 주물러온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사망이다. 김정은의 ‘후견인’ 장성택의 라이벌이었던 이제강은 장성택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하기 며칠 전인 지난해 5월 말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었다. 이제강과 같이 구 세력의 중심이었던 이용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지난해 4월 심장마비로 숨졌다.
경제 분야에서도 숙청이 이어져 왔다. 북한 경제 사령탑이던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과 문일봉 재정상은 화폐개혁 실패 책임을 지고 지난해 4월과 6월 각각 총살됐다. 박남기 후임이던 홍석형 계획재정부장도 올해 6월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뒤 행방이 묘연하다. 김용삼 철도상은 2004년 김정일 특별열차를 노린 것으로 알려진 평북 용천역 폭발 사고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해 6월 처형됐다.
공안기구 핵심 간부들 역시 잇달아 사라졌다. 국가안전보위부(국정원 격) 류경 부부장은 올해 초 총살당했고 주상성 인민보안부장(경찰청장 격)은 올해 3월 해임됐다.
앞으로 숙청될 가능성이 높은 세력은 김정은을 ‘애송이’로 볼 수 있는 군·당의 원로 그룹이다. 김정일 시대의 군부 핵심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과 주변 인물들이 가장 먼저 숙청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비서 그룹도 김정은에게 부담스런 존재다. 김정일도 김일성 비서 출신은 중용하지 않았다.
4조원대에 이르는 북한의 해외 비자금 행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정일 통치자금’으로 불리는 이 비자금은 북한의 현 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돈줄’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후계자 김정은 역시 체제 안정과 유지에 이 비자금이 절대적으로 긴요하다.
한·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김정일은 최소 40억∼50억 달러, 우리 돈 4조6000억원의 비자금을 비밀계좌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39호실이 관리하는 이 비자금은 예금주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스위스와 룩셈부르크, 버진아일랜드의 비밀계좌에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돈으로 자신의 호화생활뿐 아니라 당과 군의 고위관료 선물과 하사품을 해외에서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 개발에 들어가는 부품 수입도 이 비자금을 통해 이뤄졌다. 측근을 관리하는 ‘당근’이자 군사력 유지의 필수요소였던 셈이다.
한·미 양국은 후계체제가 공식화된 지난해부터 극비리에 이 돈이 김정은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이철 전 스위스 대사가 스위스 은행의 김정일 비자금을 김정은에게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김정은식(式) ‘공포 정치’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2010년 북한의 공개처형은 60회로 2009년에 비해 3배쯤 증가했다. 주민 소요에 대비해 진압 장비를 갖춘 특별 기동대도 지역별로 설치됐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