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연쇄폭발 테러… 종파갈등 확산속 바그다드서 최소 63명 사망

입력 2011-12-22 21:45

미군이 철수한 뒤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 분쟁이 격화하는 이라크에서 22일(현지시간) 오전 연쇄 폭발이 일어나 적어도 63명이 사망하고 18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번 폭탄 공격은 지난 18일 이라크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라크 내무부에 따르면 시장과 식료품점, 학교와 정부 건물 등 바그다드 중심가와 동부지역 등 12곳에서 차량과 급조폭발물 등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포함돼 있어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격은 미군이 완전 철수한 데다 시아파가 이끄는 정부가 지난 19일 수니파인 타레크 알 하셰미 부통령에게 암살단 조직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정치적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발생했다. 피해 지역 대부분은 주로 시아파가 거주하는 곳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NYT는 그동안 정부 내에 머물던 시아파 말레키 총리와 그의 수니파 정적들 간 갈등이 이제는 거리로 본격 확산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폭발은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어난 것으로 볼 때 이라크에서 암약하는 알카에다의 소행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약화됐던 알카에다가 “아직 우리는 살아 있다”며 위기로 치닫는 정국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폭탄 테러를 저지른 조직과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라크 정부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하셰미 부통령이 현재 머물고 있는 쿠르디스탄의 쿠르드 자치정부에 그의 신병 인도를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하셰미 부통령은 “이라크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 정부도 그의 신병 요청을 거부한 상태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