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신임 감독 최강희 “월드컵 본선은 안 맡겠다”

입력 2011-12-22 17:58

최강희(52) 새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3년 6월 끝나는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까지만 대표팀을 맡고, 이듬해 브라질월드컵 본선 때는 다른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기겠다고 22일 밝혔다. 통상 감독들은 월드컵 본선까지 임기 보장을 선호하는데 최 감독은 거꾸로 임기를 줄여달라고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전북), 박주영(아스널)을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감독 임기 문제=최 감독은 2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2월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과 내년 6월부터 1년간 치러지는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까지만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는 계약조건을 협회에 전달했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회와 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국 축구를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것까지가 제 소임”이라며 “저는 월드컵 본선 감독으로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며 외국인 감독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속팀 전북 현대와 신뢰 관계가 좋은 최 감독은 “2013년 6월 이후에는 전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원래 대표팀 감독 계약 관련 사항은 가급적 밖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최 감독이 월드컵 본선 감독이라는 개인적 영광을 고려치 않고, 오로지 한국 축구만을 위해 사심없이 일하겠다는 의지는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최강희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으로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에 멋지게 성공하면 최 감독이 월드컵 본선까지 맡아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나올 수도 있는데 스스로 미리 선을 긋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협회는 최 감독과의 계약 자체는 조만간 별 탈 없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서에 최 감독이 원할 때 대표팀을 떠날 수 있다는 별도의 조항만 넣는다면 계약서 사인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강희호 주축 선수는=최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K리그 최고의 스트라이커를 꼽으라면 현재 상황에서 이동국이 1순위”라며 “박주영은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표팀에서는 계속 좋은 활약을 보였다. 두 선수 모두 필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한 최 감독은 대표팀에서 ‘박주영 선발 원톱-이동국 후반 조커’ 또는 ‘이동국 원톱-박주영 처진 스트라이커’ 구도로 갈 수 있다.

최 감독은 K리거와 베테랑 중용 원칙도 밝혔다. 최 감독은 “해외파 선수들이 소속팀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체력이나 감각이 떨어져 단기간 대표팀에 와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 내년 2월 쿠웨이트전은 아무래도 해외파보다는 K리거 중심으로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 우리나이 서른하나가 되는 수비형 미드필더 김정우가 해외에 있어 감독과의 상시 소통이 어려운 박주영(26)을 대신할 최강희호 새 주장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 감독은 “A매치는 단기전이고 특히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는 1골 승부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비 등 전체적인 팀 밸런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전북 축구 모토였던 ‘닥공(닥치고 공격)’을 대표팀에 무리하게 적용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