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선언] 무소불위 권력에 마약·위폐 제조까지… ‘봉화조’ 뜬다
입력 2011-12-22 18:12
파워엘리트 2세들 구성 모임 주목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조직으로 알려진 ‘봉화조’가 김정은 체제 조기 안착을 위한 전위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봉화조는 북한 당·군·정 고위층 2세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중국의 ‘태자당’과 유사하다. 2000년대 초 조직된 것으로 전해진다.
구성원 대부분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외국어대학 등 북한 최고 명문대 출신이다.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차남 오세현,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의 장남 김철, 강석주 내각 부총리의 장남 강태성,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기실 부부장을 지낸 김충일의 차남 김철웅, 조명록 전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장남 조성호 등이 핵심 멤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20대로 접어들면서 가입했고 친형 정철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봉화조는 김일성 주석의 어머니 강반석 가족이 살았던 평양시 강동군 봉화리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봉화는 북한에서 선구자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북한 최고의 병원 이름 역시 봉화진료소다.
봉화조원들은 다수가 국가안전보위부, 군 정찰총국, 최고검찰소 등 권력기관에 포진해 있고 일부는 당 산하 외화벌이 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 3대혁명 소조가 김 위원장 권력기반 확립에 앞장섰듯이 봉화조도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대북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한 소식통은 22일 “이들은 체제를 수호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김정은과 한 배를 탄 운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앞으로 당과 군, 외화벌이 기관 등에서 세력을 확충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봉화조는 김정은의 사금고 역할도 하고 있다. 이들은 위조지폐 유통과 마약 밀매 등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의 상당부분을 김정은에게 상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타임스는 지난해 5월 봉화조가 초정밀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인 슈퍼노트 유통과 마약거래 등 불법행위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봉화조 핵심 인물 오세현은 2003년 4월 호주 당국에 붙잡힌 마약운반선 봉수호 사건에 연루됐고, 2004년 라스베이거스에서 발견된 위폐와도 관련 있다는 게 한·미 정보기관의 판단이다.
정철이 지난 2월 에릭 클랩튼 공연을 보기 위해 싱가포르에 갔을 때 봉화조도 일부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현지에서 10만∼30만 달러씩 도박을 즐기는가 하면 백화점에서 고가의 상품을 구입하는 등 흥청망청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