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 선언] 김정은 ‘찬양’·김정일 ‘신격화’ 동시진행… 우상화 총력

입력 2011-12-22 18:03

북한이 ‘김정은 시대’로 돌입했음을 알리는 또 하나의 징표는 우상화 작업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4일 뒤인 22일 본격적으로 김정은 찬양에 나섰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및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이날 사설을 통해 김정은의 혁명 업적을 처음 언급했다.

민주조선은 김정은의 최고 업적으로 “주체혁명 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계승 완성하는 것을 필생의 사명으로 삼고 김정일 동지의 가장 친근한 동지, 가장 충직한 전우가 돼 항상 함께 혁명과 건설의 최전방에 계시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김정은이 김 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군인들이 있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찾아 우리 군대를 혁명의 제일선을 지켜선, 가장 위력 있는 전투대오로, 백두산 혁명 강군으로 강화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일년 사계절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현지지도의 길에 계시면서 장군님의 높은 뜻을 실현하는 데 모든 것을 지향시켜 나가도록 우리 군대와 인민을 이끄시었다”면서 김정은이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헌신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설은 “김정일 동지와 꼭 같으신 조선이 낳은 또 한분의 절세의 위인” “만경대 가문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으신 또 한분의 위대한 선군영장, 위대한 태양”이라며 ‘김정일=김정은’이라는 점을 시종일관 부각시켰다. 또 “천리혜안의 예지와 뛰어난 영군술, 비범한 지략과 단호한 결단성, 무비의 담력을 지닌” “걸출한 사상이론가, 불세출의 선군영장” 등으로 김정은을 칭송했다.

우상화는 투표와 같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독재국가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가장 흔하게 동원하는 방식이다. 북한은 김정은 우상화 작업과 동시에 아버지 김 위원장에 대한 신격화 작업도 강화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 사망소식이 전해진 지난 19일을 전후해 백두산 천지와 정일봉 상공, 김 위원장 동상 주변 등에서 특이한 현상들이 잇따라 관측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17일 오전에는 백두산 천지에서 얼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지는 현상이 관측됐고, 조문이 시작된 20일 오전에는 백두산 지역에서 세차게 치던 눈보라가 갑자기 멎었고 온통 붉은색의 신비한 노을이 백두산에 새겨진 김 위원장의 친필 ‘혁명의 성산 백두산 김정일’을 비췄다는 것이다. 또 함흥시 동흥산 언덕에 있는 김 위원장 동상 주위에 백학이 나타났다고도 전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신격화는 그가 후계자로 낙점한 김정은의 권위를 강화시킨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 후계자로 내정된 후 김 주석 우상화에 매진해 아버지를 신격화시킨 뒤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구호로 자신에 대한 복종을 이끌어냈다.

시신 영구보존도 우상화의 한 방법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아버지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영구보존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도 김 주석 사후 생전의 집무실이었던 금수산의사당 건물을 금수산기념궁전으로 개축, 시신을 영구 보존해 왔다.

현재 국가정보원 등이 김 위원장의 사망 시점 및 장소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놓고 있는데, 김정은이 김 위원장 우상화를 위해 사인을 과로사로 포장했을 개연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