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조류인플루엔자 제조 방법 논문 연구내용 일부 삭제 요구… 테러리스트에 악용 우려
입력 2011-12-21 21:16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과학학술지에 테러리스트들의 악용 가능성 등을 들어 생물의학적 연구결과 일부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생물안보를 위한 국가과학자문위원회(NSABB)’가 이들에게 제출된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논문을 일부 삭제 후 출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네덜란드 연구진이 제출한 문제의 논문은 사람 사이에서 더 쉽게 전염될 수 있는 변형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H5N1)를 만드는 방법을 기술했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보통 H5N1에 감염된 조류와의 접촉으로 발생하는데,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한지 여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연구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사람 사이에 감염될 경우 얼마나 확산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예측모델로 관심을 모았다.
사이언스의 브루스 앨버츠 편집장은 “NSABB가 논문에 기술된 실험 방법과 바이러스의 특정 변형에 대한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NSABB는 연구 내용이 악용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연구진과 학술지 편집자들은 ‘사상과 정보가 자유롭게 유통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단호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가 악용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도 수긍하는 입장이다.
앨버츠 편집장은 “나는 이것을 검열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이번 연구에 사용된 기술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미 국립보건원은 두 학술지에 대한 권고는 구속력이 없는 것이라며 검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부인했다. 아울러 정부가 논문에 담긴 정보를 합법적으로 이용할 이들을 위해 열람 시스템을 고안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