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리더십 최강희 감독… 천천히 내공쌓아온 승부사 전매특허 ‘닥공’ 접목 주목

입력 2011-12-21 18:18

파벌과 인맥의 힘이 한국 사회 다른 어느 분야보다 약하다고 말하기 힘든 축구계에서 대표팀 감독이란 최고의 명예직에 오른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푸근하고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왔다. 우신고 출신으로 대학에 가지 않고 한일은행에서 처음 선수 생활을 시작한 최 감독은 28살이던 1987년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46살에 첫 감독을 맡는 등 소위 잘나가는 축구인들보다 항상 한 걸음씩 늦은 삶을 살아왔다.

대표팀 선수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2005년 전북 감독을 맡은 뒤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지도자 성공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동국, 김상식 등 전성기를 지났다는 선수들을 영입해 2009년과 2011년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한축구협회가 최 감독을 선임한 배경에는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 간 이질감 등 대표팀 내 존재할 수 있는 불신의 요소를 제거하고 하나된 태극전사팀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작용했다.

전북 선수단 숙소가 있는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지명을 따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최 감독은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모토로 K리그를 평정했다. 하지만 최 감독이 대표팀 감독 입장에서도 닥공 모드를 계속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K리그처럼 매주 경기가 있는 장기리그에서는 닥공이 팀 컬러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A매치는 각자 소속팀이 있는 선수들이 짧은 시간에 모여 전력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에 조건이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 여부가 결판나는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 단기전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최강희 대표팀 컬러는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부터 이룬 다음인 내년 3월 이후가 돼야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