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조문, 국회는 정부에 초당적 협력해야

입력 2011-12-21 17:5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 문제가 정치권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진보 성향의 야당에서 국회 차원의 조문단을 구성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북한 주민들을 향해 위로의 뜻을 밝히는 형식으로 조의를 전한 만큼 더 이상의 요구로 내홍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 조문단 논의는 어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 원혜영 공동대표의 상견례 자리에서 이뤄졌다. 원 대표가 조문단 문제를 논의해 보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자 박 위원장은 “정부가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만큼 정부의 기본 방침과 다르게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민감한 대외 현안에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초당적 대처가 기본이요 상식이다. 특히 북한 최고지도자 사망은 향후 북한 권력의 향배와 체제 안정성 문제까지 걸린 중대 사안이다. 이념 스펙트럼에 따라 다채로운 의견들이 제시될 수는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게 마땅하며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게 옳다. 갈라진 목소리가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무엇보다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 정한 입장은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당시에 비해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에는 정부 차원의 조의 표명이 없었고, 조문단도 허용하지 않아 극심한 남남갈등을 야기했다.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유족의 조문을 허용키로 했고, 민간단체나 개인이 통일부 승인을 거쳐 조의문을 발송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상황이 이만한 만큼 여야 정치권이 생산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 통일·외교·안보 관련 부처는 직접 여야 정치권을 찾아다니며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등 소통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정치권이 중구난방으로 떠들고 수습은 하지 못해 민간의 갈등을 해소하기는커녕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정치권은 다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해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