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베이트가 불법 아니라는 의협의 궤변
입력 2011-12-21 17:51
의사나 병원이 특정 약을 처방하거나 구매할 때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제공받는 뒷돈이나 금품을 흔히 리베이트라고 한다. 불법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략 연간 2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가 리베이트는 시장경제에서 생기는 거래의 형태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성명까지 냈다는데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의협의 성명은 리베이트를 없애는 대신 의약품 공급단가를 내려 건강보험 재정을 튼튼히 하려는 보건복지부와의 충돌 과정에서 나왔다. 복지부는 어제 병원, 한의사, 치과의사 등 의약 관련 13개 단체를 참가시켜 리베이트 근절 자정 선언대회를 열었다. 의협만 불참했다.
의협의 반발은 리베이트 쌍벌죄를 강화키로 한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리베이트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지금의 규정을 고쳐 한두 차례의 뒷돈만 받아도 면허 취소와 함께 명단을 공개키로 한 복지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란 얘기다. 리베이트를 뿌리 뽑아 약값을 내리자는데 어깃장을 놓는 셈이다.
의협이 이 모양이니 제약협회도 내년에 시행되는 건강보험 약가 일괄 인하 조치에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한다. 마케팅 비용도 인정해주지 않으면서 약값을 한꺼번에 깎을 경우 생존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제약협회의 입장을 고려해 약값 인하 품목을 대폭 줄여준 지난 10월의 정부 조치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어떤 사회라도 전문가 집단의 도덕성이 높아야 모든 국민이 밝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우리 사회에도 묵묵히 인술을 펼치는 의사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불법적 수익 때문에 궤변을 늘어놓는 의협의 처사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리베이트 근절 정책을 단호하게 밀어붙여 본때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