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北과 왕래하는 유일한 나라… 세계가 ‘中역할’ 주목

입력 2011-12-21 21:30

“전 세계가 중국만 쳐다보고 있다.”

유럽 언론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사흘째인 21일 보도한 주요 내용이다. 프랑스 유력 일간 르몽드는 “거의 죽을 지경에 처한 북한과 그래도 왕래를 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며 중국의 역할을 주목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석유와 식품을 원조하는 ‘구세주’라고 표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미러는 “북한이 중국에 대해 때때로 말 안 듣는 아이처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선 그동안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쉽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번 권력 공백은 중국에는 더욱 긴밀한 양국관계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도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미래가 중국에 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카드는 중국이 쥐었다(China holds the cards)’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때 이른 사망과 서른도 안 된 김정은에게 권력이 승계된 현실을 감안할 때 북한 정권이 예전처럼 견고할 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대응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북한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핵심 외교노선이 한반도의 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북한 정권을 인정하고 수호해 왔지만 막상 중국 내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인 책임’ 문제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내년 10월 국가주석직 승계가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첫 번째 외교 과제는 북한을 버릴지, 효과적으로 수용할지를 결정하는 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같은 서방의 시각을 반영하듯 중국은 북한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지도부는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단체 조문하고 외교부는 주변국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후 주석은 조문을 통해서도 김정은 지도체제를 공식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후 주석은 북한대사관의 박명호 공사에게 “우리는 조선 인민이 김정일 동지의 유지를 받들어 조선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 아래에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 평화와 안정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지체 없이 새로운 북·중관계 정립에 나선 것이다. 중국 관영 CCTV는 중국 지도부 조문 사실을 20일 저녁부터 매 시간 톱뉴스로 보도하는 등 긴밀한 북·중관계를 강조하면서 김정은을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은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북한 급변사태를 차단하면서 대북 영향력 확대라는 전략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대북 영향력 주도권 잡기인 셈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