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美 “군사적 압박 않겠다” 北에 메시지

입력 2011-12-22 01:16

김정일 사망 발표 직후 中통해 전달… “핵·미사일 관리 예의주시” 강조

미국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 북한 정권을 군사적으로 압박하지 않겠다는 뜻을 중국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가장 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두 가지 입장은 중국을 통해 북한 새 지도부에 전달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20일(현지시간) “김정일 사망 발표 이후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긴밀히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북한 체제의 안정적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미국 입장이 전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관심을 갖는 부분은 북한 핵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은 의견교환 과정에서 북한 체제가 평화적으로 전환돼야 하며, 핵물질이 안전하게 통제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데 확실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이 공식적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의견교환 후 나온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몇 차례 중국을 통해서 또는 공개적으로 북한을 침공하거나 전복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 “미국은 북한을 침공하거나 무력으로 정권을 바꿀 의향이 전혀 없고, 이는 북한에도 명백히 전해졌다”고 언급했었다.

이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19일)를 갖고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미·중 양국 장관은 평화와 안정, 북한의 평온, 한반도 전체의 평온에 대한 관심을 명확히 표현했다”면서 “(북한의) 전환이 이뤄짐에 따라 긴밀한 접촉을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눌런드 대변인은 또 클린턴 장관이 북한 새 지도부에 “평화의 길로 향하는 선택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한 것에 대해 양국 간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이 북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주력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미가 처음으로 당국 간 공식 접촉을 가졌다. 눌런드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된 기술적 논의를 전날(19일) 뉴욕 채널을 통해 가졌다”고 말했다. 국무부가 뉴욕 채널 접촉 사실을 먼저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통한 현지 외교소식통은 “뉴욕 채널은 클리포드 하트 미국 6자회담 특사와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 간 전화협의를 일컫는다”고 밝혔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21일(한국시간) 국회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예방, “북·미 간 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서로 어떤 약정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 전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배석자가 전했다. 김 대사는 “북·미 간 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는데,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언급, 뉴욕채널 접촉 등을 통해 양측 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김나래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