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악성루머 막아라”… 주민, 외국인 접촉·출입국 통제
입력 2011-12-21 21:38
평양 거리·빈소 표정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북한에 당장 큰 혼란 조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국내 체류 외국인 관리 및 출입국 통제 강화에 나섰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된 악성 루머 등을 경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 추모 열기 및 외국 지도자들의 조전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으나, 우리 정부의 조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북 당국, 외국인 통제=평양에서 유학하는 한 중국인 여대생은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시민이 김 위원장 초상화 등에 꽃을 바치는 등 추모 활동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 참여는 금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양 유학생 역시 “김 위원장 사망 발표 후 교수가 중국인이나 러시아인 유학생들에게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베이징 한 외교 소식통의 말을 빌려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소문이 떠도는 것을 막기 위해 평양 시민이 외국인과 접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억지 눈물을 강요하고 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북한에 출장을 간 한 중국인 남성은 “기차를 타고 있던 많은 외국인이 (김 위원장 사망에도) 울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리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주위 사람들을 따라 큰 소리로 울자 간신히 기차에 탈 수 있었다”는 체험담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슬프지 않고 울고 싶지 않아도 울어야 한다. 눈물이 안 나오거든 수돗물로라도 얼굴을 적셔야 한다”는 한 탈북자의 말을 실었다.
◇우리 정부 조의엔 무반응=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영정(태양상) 설치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19일 낮 12시(사망 소식 보도시점)부터 20일 낮 12시까지 500여만명의 평양 시민들이 추모소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 위원장의 생모인 김정숙의 94회 생일(24일)을 상중에도 부각시키면서 김정일·김정숙 우상화를 이어갔다.
북한 매체들은 중국에 이어 카타르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국왕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 등 외국 지도자들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앞으로 조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도 보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20일 발표한 조의 표시에 대해서는 21일 오전까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북한이 한·미 정부의 조의 내용과 사실상 정부와 민간 차원의 조문을 불허한 우리 측 결정에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남측 인사들의 조의와 관련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노무현재단, 민주통합당과 기타 야당 인사들이 조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 해외조문단을 받지 않을 방침을 밝혔으면서도 노무현재단이 조문단을 파견키로 했다는 소식은 별도로 소개했다.
◇평양 주재 각국 외교단도 조문=러시아 영국 스위스 독일 등 북한 주재 외국 외교단은 전날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조문을 다녀왔다.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오후 발레리 수히닌 러시아 대사를 포함한 북한 주재 외국 외교단이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 조문을 다녀왔다”며 “조문 외교단에는 각국 대사와 무관들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 사망 사태와 관련, 본국에서 내려온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며 다른 평양 주재 서방 대사관들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 당국이 외국에서 들어오는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러시아 정부 조문단이 평양에 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평양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지만 혼란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과 생전에 친분이 깊던 일본의 유명 마술사 프린세스 덴코가 북한으로부터 28일 열리는 영결식에 참석하도록 초청을 받았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북한이 외국의 조문은 받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김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이 깊던 외국 인사들은 초청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지선 한장희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