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김옥, 김정은에 깍듯이 인사… 김정남 앞날 ‘험로’
입력 2011-12-22 00:25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넷째 부인 김옥(47)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김옥은 하루 전인 20일 검은색 한복 차림으로 당·정·군 고위간부 참배 때 김 위원장 시신에 머리 숙여 참배하며 오열하는 모습이 조선중앙TV에 포착됐다. 조선중앙TV는 이 장면을 21일 방송했다.
참배를 마친 그는 김정은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이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순으로 서 있는 장의위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특히 친모는 아니지만 김 위원장의 부인으로 사실상 어머니인 김옥이 김정은에게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상주 자격으로 조문객을 맞고 있는 김정은 바로 뒤에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검정색 상복 차림으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보였다. 이 여성이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어 여동생 여정이거나 2009년 결혼한 부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확실치는 않으나 여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2009년 결혼해 이듬해에 딸을 낳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그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듯하다. 김 위원장이 권력 승계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던 작은아버지 김영주와 계모 김성애, 그의 아들 김평일 등을 ‘곁가지’로 규정해 권력에서 철저히 소외시켰듯이 김정은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 위원장 이복동생 김평일은 김 위원장 집권 기간 외국 주재 대사로 외국을 떠돌아야 했다.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눈엣가시다. 김 위원장 장남으로 한때 후계 1순위로 거론된 적도 있기 때문에 김정남이 북한에 터를 잡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김정은은 그를 없애기 위해 수차례 암살을 시도했고 평양의 김정남 측근들을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살 시도를 사전에 눈치챈 김정남은 머물고 있던 마카오에서 싱가포르로 피신하면서 “어린놈이 나를 죽이려 한다”고 김정은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는 소문이 나돌았었다. 따라서 현재 마카오를 떠난 것으로 외신에 보도된 김정남이 김 위원장 장례에 참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대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실상 권력투쟁에서 패한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화해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김정남은 김정은이 지난해 9월 후계자로 확정된 뒤 가진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 위업을 계승해서 주민생활을 윤택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주민에게 존경받는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동생의 권력 승계를 인정했다. 자신과 아들 한솔의 안전을 걱정해서 그랬던 것으로 짐작된다. 보스니아 유나이티드 월드 칼리지 모스타르 분교에서 유학 중인 한솔은 방학을 맞아 지난 16일 학교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몬 과다분비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친형 정철은 건강상의 문제와 유약한 성격 탓으로 경쟁대상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견제를 받지 않고 북한과 해외를 오가며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유학차 해외에 장기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가 김 위원장 사후 북으로 돌아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 지시로 입국이 불허돼 김일성 주석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김정은의 작은아버지 김평일 주폴란드 대사의 거취도 관심사다. 아버지가 그토록 견제했던 김평일을 김정은이 중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