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1년-③ 반값·무상] 서울시장 갈아치운 복지논쟁… 표심 앞에 정책도 ‘좌클릭’

입력 2011-12-21 21:29


‘반값과 무상’은 올해 우리 사회 갈등의 시작과 끝이었다. 야당의 무상복지와 반값 등록금 여론몰이에 정부와 여당은 ‘무책임한 복지 포퓰리즘’이란 반박으로 맞섰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는 이 문제로 1년 내내 날 선 대치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반값·무상’의 파괴력은 갈수록 커져갔다. 여기에는 고단한 경제상황과 격심해진양극화라는 현실이 작용했다. 경기침체로 고용부진, 실업, 부채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는 2040세대는 ‘반값·무상’을 절박한 생존전략으로 받아들였다.

‘반값·무상’ 논란은 야당이 올 초 전면에 내세우면서 불이 붙었다. 민주당은 지난 1월 13일 만 5세 이하 어린이의 보육비를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무상보육안을 포함해 무상급식·무상의료와 반값 대학 등록금 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라는 쟁점을 만들었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무상복지는 세금폭탄 시리즈”라며 “한나라당이 취해야 할 복지정책은 서민복지에 중점을 둬야 하는 선택적 복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팽팽했던 여야 대립은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하면서 무게중심이 야당의 보편적 복지 안으로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정부의 부유층 감세 정책을 철회해 그 재원으로 반값 등록금 문제 등을 해결하자고 선언했다.

여야의 이념적 대결 구도로 흘러가던 ‘반값·무상’ 논쟁은 국민들의 참여로 전선이 확대됐다. 올 봄 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집회를 꾸준히 펼치며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켜 나갔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절실한 과제였다.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불러일으켰다. ‘복지 포퓰리즘’과의 대결을 선언한 오 전 시장은 우파 단체의 주민투표 서명과 청구에 힘입어 지난 8월 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하지만 투표율이 개표요건(33.3%)에 못 미쳐 투표함을 열지도 못하면서 그는 서울시장을 사퇴했다. ‘반값·무상’의 2차 보-혁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범야당 진영의 박원순 후보가 승리, ‘반값·무상’에 대한 민심을 뚜렷이 보여줬다.

정부는 여야 구분이 희미해진 정치권의 복지 좌클릭에 대해 “재정건전성이 위태롭다”며 나 홀로 저항에 나섰다.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도 ‘과도한 복지’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역설했지만 복지를 자신의 권리로 여긴 민심 동향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