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냉혈동물… 고통 받은 北 주민 생각하면 안타까워”

입력 2011-12-20 18:53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아내인 성혜림(2002년 사망)의 오빠인 성일기(79)씨는 2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일 때문에 우리 가족은 비극을 겪었고 신세를 망쳤다”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성씨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전날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많은 언론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고 했다. 그는 건강과 보안상의 이유로 언론 접촉을 피해 왔지만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부득이 입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성씨는 “나도 김정일처럼 절뚝거린다. 나이도 많아 저세상 갈 날이 멀지 않았다”고 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김정일에게는 뜨거운 피가 없다. 냉혈동물이다”라면서 “고통을 받은 우리 가족뿐 아니라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성씨는 1950년 6·25전쟁 때 아버지 성유경씨와 어머니 김원주씨가 혜랑·혜림 자매를 데리고 월북하면서 홀로 남한에 남았다. 둘째동생 성혜림은 1971년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을 낳았지만 사이가 안 좋아지면서 러시아 모스크바로 도망가 그곳에서 숨졌다. 첫째동생 성혜랑은 모스크바에서 혜림을 간호했으며, 현재 유럽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다.

성혜랑의 아들 이한영은 남한으로 귀순했으나 97년 피살됐다. 이후 성씨는 동생의 신변을 걱정해 만나지 못하고 있다. 혜랑씨가 3∼4개월에 한번씩 전화를 걸 때 생사를 확인할 뿐이다. 조카 김정남은 보지도 못했다.

성씨는 “예전에 러시아에 머무르던 혜림이에게 한국으로 오라고 하자 ‘아들을 저쪽에 두고 어떻게 남쪽으로 가요’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면서 “그래도 TV에서 정남이를 보면 머릿결이 비슷해 핏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