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내게 줄 연봉6억 야구발전 밑거름 되었으면… 통큰 찬호 ‘퍼펙트’ 계약

입력 2011-12-20 18:44

“이번에 마련된 아마추어 야구 발전 기금이 한국 야구 발전에 씨앗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8·한화)가 18년간의 여정을 끝내고 독수리가 돼 고향에 둥지를 틀었다. 한화는 20일 서울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박찬호 입단 환영식을 열었다.

박찬호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상 최저연봉인 2400만원에 입단계약을 맺었다. 대신 한화는 애초 박찬호에게 주려고 계획했던 연봉 4억원과 옵션 2억원을 포함한 최대 6억원을 아마추어 야구 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박찬호는 전날 한화와의 첫 만남에서 연봉 등 계약조건과 관련한 모든 결정을 구단 측에 위임하고, 자신이 받을 연봉 및 옵션 전액을 유소년 및 아마 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도록 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에 빛나는 박찬호가 얼마나 많은 연봉을 받을 지가 관심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한 18년 동안 연봉으로 약 8875만 달러(약 1040억원)를 번 박찬호는 돈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연봉 2400만원은 KBO에 선수 등록을 하는 데 필요해 받기로 한 것이어서 프로 19년 차인 박찬호는 사실상 보수 없이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작년 오릭스에서 받았던 120만 달러에 비춰봐도 연봉이 무려 50분의 1로 줄었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의 기상을 알렸던 대투수답게 명예롭게 처신했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또 그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고국 무대에서 장식하고 싶었고, 오직 야구 발전의 밀알이 되겠다”고 누누이 말했던 박찬호의 진정성도 더욱 빛이 나게 됐다. 박찬호는 이날 입단 환영식에서 연봉 2400만원도 유소년 야구선수들을 위해 의미 있는 일에 쓰겠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오늘은 소망이 이뤄진 감격스러운 날이다. 언젠가 한국에서 뛰어보고 싶었다”며 “구단과 함께 한국야구, 유소년야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계획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찬호는 내년부터 한화 선발진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박찬호가 선발의 한 축을 담당해 주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울러 마운드에서의 노하우뿐만 아니라 평소의 좋은 모습을 어린 투수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찬호의 배번은 그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사용한 61번으로 결정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