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노부부 올해는 2억… 자선냄비 또 놀랐다
입력 2011-12-20 21:35
이웃사랑의 대명사인 ‘빨간색 자선냄비’는 언제나 감동과 기적, 기쁨과 행복을 낳는다.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충정로 한국구세군 본부에 깔끔한 차림의 90세 노부부가 방문했다. 사무실에 있던 일부 사관은 노부부를 단번에 알아봤다. 2년 전 이맘때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찾아와 5000만원씩 1억원의 성금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북한 신의주와 정주가 고향이고, 1950년 6·25전쟁 때 남한으로 피란왔다고 밝힌 노부부는 당시 “북한을 돕는 데 사용해 달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이날 또다시 1억원씩 2억원의 수표를 자선냄비에 후원했다. 이번에도 어디에 사는지, 누구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모르게 해 달라”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돕는 데 써 달라”고만 당부했다. 그리고 “진짜로 오늘밤은 다리를 쭉 펴고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올해도 1억1000만원권 고액 기부에서부터 감사편지, 금반지, 금귀고리, 교통카드, 각종 상품권 등 사랑이 가득 담긴 다양한 물품들로 펄펄 끓고 있다.
지난 16일 밤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 설치된 대형 자선냄비 모금함 수거 과정에서 1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등이 가득 담긴 8개의 봉투가 발견됐다. 구세군은 19일 은행 계수 과정에서 이 금액의 합계가 1174만5000원인 것을 확인했다.
구세군 홍보부장 홍봉식 사관은 “8개의 봉투가 모두 같은 은행의 것이었고, 특히 봉투 중 하나에는 사도신경을 3회에 걸쳐 빼곡하게 적은 기록이 있었다”면서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믿음을 가진 분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후원에 참여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주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에서 진행된 자선냄비에선 1만원권 100장이 든 흰 봉투가 나왔다. 5시간 동안 1998만5000원이 쌓였다. 작은 나눔이 큰 기적을 만든다. 오는 24일까지 거리 모금활동을 전개하는 구세군 자선냄비는 노부부 외에도 ‘이름 없는 천사’들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