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빚테크’ 첫 걸음
입력 2011-12-20 17:29
한 여성의류 제조업체의 김모(55) 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때 월급을 받지 못하자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은행 대출을 받았지만 점차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제2금융권, 대부업체로부터 차례로 돈을 빌렸다. 그렇게 4년간 받은 대출금이 940여만원. 대부업체로부터 439만원(3건), 캐피털업계로부터는 501만원(2건)을 빌렸다. 평균 연 45.2%의 고금리로 매월 내야하는 이자만 35만4000원에 달했다. 자연히 신용등급도 8등급으로 떨어졌다. 목돈이 들어올 일 없는 직장인이다 보니 결국 대부업계를 전전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유사 가계 부채를 포함해 가계 부채 규모만 1000조원에 육박하는 시대. 집 구입 자금으로 빚더미에 파묻힌 하우스 푸어(house poor), 일해도 빚을 못 갚는 빈곤층 워킹 푸어(working poor), 노후 생활비가 부족한 실버 푸어(silver poor)…. ‘빚쟁이’를 뜻하는 신종 단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정도로 가계 부채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됐다. 따뜻한 연말은커녕 누구보다 차가운 겨울을 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빚 테크’다. 고금리 대출로 이자에 허덕이고 있다면 제도권 금융회사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기회를 제공해주는 전환 대출 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김 부장이 선택한 상품은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운영하는 ‘바꿔드림론’이다. 바꿔드림론은 전체 업권의 고금리 대출을 시중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11월 캠코를 찾은 그는 5건의 채무 전부를 하나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상환기간 5년에 금리는 연 11%. 월 이자는 기존 34만4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5년간 월 20만4000원씩을 낸다면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모두 갚을 수 있다.
2008년 12월 출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바꿔드림론을 통해 전환 대출에 성공한 사람은 모두 7만2654명이다. 대출 실적은 7345억원으로 1인당 평균 1000만원 이상을 대출 받았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았으며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면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금액은 최고 3000만원이며 대출 이자는 연 8.5∼12.5% 수준이다. 대부업체의 평균금리가 연 40% 후반, 저축은행은 연 30% 후반임을 감안하면 바꿔드림론의 금리는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광역자치단체와 서민금융협력 업무협약(MOU)를 맺은 후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지자체 복지제도 이용자들이 바꿔드림론을 신청할 경우 이자를 1% 포인트 깎아준다. 캠코는 조만간 16개 모든 광역자치단체와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자격 미달로 바꿔드림론을 받는데 실패했다면 한국이지론이 운영하는 ‘환승론’을 이용할 수 있다. 환승론은 대부업체 등의 연 39% 이상 고금리 대출을 연 20%대의 제2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신용등급은 1∼8등급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대출 한도는 1000만원이다. 단 대부업체 대출이 3건 이하일 경우만 가능하다.
또 상호금융회사 등이 운영하는 서민금융상품 햇살론도 최고 3000만원까지 전환 대출을 해주고 있다. 신용등급 6∼10등급, 연소득이 2600만원 이하이며 연 20% 이상 고금리 채무를 정상적으로 갚고 있을 경우 대출이 가능하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