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北, 사망 이틀 지나서야 발표 왜?

입력 2011-12-19 18:37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틀 후인 19일 김 위원장 유고를 대내외에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중증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성 쇼크로 숨졌으나 북한은 이 사실을 51시간30분 동안 숨겼다. 우리 정보 당국도 북한이 발표하기 전까지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살설 등 김 위원장이 병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숨졌기 때문에 숨긴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현 북한 상황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동안 북한은 관례적으로 주요 인사의 부고를 즉각 알리지 않았다. 1994년 7월 8일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부고도 이튿날 전했다. 김 주석 사망 때보다 하루 늦게 발표하긴 했지만 북한 체제 특성상 이상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국가 지도자 신상 문제는 극비 중의 극비”라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시간을 조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 사인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9월 뇌졸중으로 쓰러졌으나 북한 보도대로라면 심장질환으로 숨졌다. 연관성이 약하다. 김 주석의 사인도 심근경색이었다. 김 위원장의 진짜 사인을 비밀에 부치기 위해 김 주석 사망 때와 마찬가지로 심근경색으로 윤색했을 것이란 일부 관측도 있다.

이 같은 관측은 최근 왕성한 활동을 보인 김 위원장 동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건재를 과시라도 하듯 지난해보다 현지지도 횟수를 대폭 늘리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김 위원장의 모습은 건강에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또 북한 최고 의료진이 하루 24시간 밀착 보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의 건강은 통치활동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게 우리 정보 당국의 판단이었다.

김 위원장은 사망 이틀 전인 지난 15일 평양 광복지구상업중심(대형마트)과 하나음악정보센터를 방문했을 정도로 건강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사인이 무엇이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김 위원장에게 찾아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까지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해온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의외”라면서 “정확한 사실은 좀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북한이 굳이 김 위원장 사인을 거짓 발표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요인에 의한 돌발적 유고라면 장의위원 명단 발표 등 김 위원장 장례 절차가 일사천리로 발표되지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