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부인 4명… 김옥 국정 전반에 영향력

입력 2011-12-19 21:56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가족관계가 복잡한 인물이었다. ‘부인 대우’를 받은 여인만 4명에 달했다.

김 위원장 가족 가운데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단연 아버지 김일성 주석이다. 김 위원장은 1945년 광복 후 50년 가까이 북한을 통치한 아버지 밑에서 체계적인 지도자 수업을 받으며 성장했다. 김 위원장은 김 주석 사후 그를 신격화에 가까운 수준으로 우상화해 내부체제를 결속하고 통치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했다. 김 위원장 어머니 김정숙은 그가 7세 때 사망했다. 김 위원장 가족들은 김정은 등 ‘세습라인’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권력에서 배제됐다. 그가 첫 번째 부인 성혜림에게서 낳은 장남 김정남(40)은 주로 중국과 마카오를 오가며 평양에선 어떠한 입지도 없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17)이 최근 보스니아의 국제학교에 입학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세 번째 아내 고영희에게서 둘째 아들 김정철(30)과 셋째 김정은(28)을 낳았다. 김정철은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라는 신체적 약점을 갖고 있는 데다 성격이 유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 문화에 매료돼 있는 그는 지난 2월 싱가포르를 찾아 세계적인 팝스타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관람하다 언론에 포착됐다. 지난달에는 김 위원장이 손녀와 손자를 각각 두고 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지난해 딸을 얻었고, 김정철도 비슷한 시기 아들을 낳았다고 전했다.

두 번째 부인 김영숙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김설송(38), 김춘송(36)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57·김일성 주석과 두 번째 부인 김성애 사이에서 출생)은 폴란드 주재 북한대사로 근무 중이다. 이복 여동생인 김경진(59)은 김광섭 오스트리아 주재 북한대사의 아내로서 외국에 머물고 있다.

그가 사망할 때까지 곁을 지켰던 네 번째 부인 김옥(47)의 앞날도 관심사다. 2004년 고영희 사망 이후 최고지도자의 아내 자리를 차지한 김옥은 북한 국정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부터는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다. 그해 김 위원장의 5월과 8월 중국 방문에 따라가 각종 공식석상에서 존재를 과시했고 올해도 5월 방중과 8월 방러·방중에 동행했다.

김옥이 자신의 측근을 통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관측이 있는 만큼 김정은에게 ‘아군’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녀가 권력을 계속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65) 노동당 경공업 부장과 장성택(65) 국방위 부위원장 부부다. 장성택이 막강한 권력을 누리다 2004년 숙청당해 2년간이나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하지 못한 데는 김옥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옥은 사실상 2인자인 장성택 복귀를 막는 동시에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도록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김정은·김옥과 장성택·김경희 간의 갈등으로 북한 권력구도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