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2008년 8월 첫 건강 이상… 뇌졸중 후유증 극복 못해

입력 2011-12-19 21:56

와병설에서 사망까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2008년 8월이었다. 같은 달 중순 군부대 시찰을 마지막으로 공개 활동을 하지 않던 김 위원장은 9월 9일 정권 수립 60주년 행사에 나타나지 않아 와병설이 증폭됐다.

당시 미국 정보당국자는 AP통신에 “김 위원장에게 건강이상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뇌졸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다른 미 정보소식통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뇌졸중 전문의사 2∼3명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첩보가 있어 미 정보당국이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다음 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뇌졸중 또는 뇌일혈로 보인다. 외국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을 받고 언어장애는 없으며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을 부인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다 은둔 80일 만인 11월 2일 김 위원장이 북한군 만경봉팀과 제비팀 간 축구경기를 관전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당시 북한은 왼팔과 왼손이 부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내보냈다.

김 위원장의 80일 은둔은 역대 두 번째 기록으로,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사망한 후 조문객을 면담하다 87일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게 가장 길다. 그가 다시 등장한 뒤 당시 북한 매체들은 100일 애도기간을 정해 근신했다고 전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군부대 시찰, 각종 공연 관람, 각지의 공장·기업소 현지지도, 해외인사 접견 등 와병설이 제기되기 이전보다 더 왕성한 행보를 보였고 11월 8회, 12월 13회의 공개 활동을 소화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2009년 1월 초 김 위원장은 삼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다는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하달했다. 다음달 말 북한은 김 위원장이 회령대성담배공장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진 2장을 포함한 132장의 함경북도 회령시 현지지도 사진을 내보냈다. 그의 건강이 호전됐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뇌혈관 계통 이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뒤에는 평소 즐겨 신던 ‘키높이 구두’ 대신 공장·기업소 등을 현지지도할 때는 바닥이 편평한 신발을, 산악이나 고지 군부대 등 험지를 방문할 때는 밑바닥에 고무창을 붙인 운동화의 일종인 스니커스를 신었다.

2010년 8월 중국 동북지역을 방문하는 동안에는 두 차례나 야간열차를 이용했고 이듬해 5월 말 다시 방중했을 때에는 창춘(長春)에서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까지 약 30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는 등 일주일 동안 6000여㎞를 기차로 이동하며 건강악화설을 일축했다.

2011년 8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3개월 전 중국 방문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다르게 인민복 점퍼가 작아 보일 정도로 배가 다시 나왔고 불편했던 왼손도 어느 정도 사용했지만 왼발을 끄는 등 불편한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끝내 뇌졸중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17일 오전 사망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