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조문 갈등’ 불거질 조짐… 진보-보수진영 입장차 극명
입력 2011-12-19 21:47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우리 정부의 조의 표명과 조문사절단 파견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북측은 외국 조문 대표단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과 진보진영이 조문사절단 파견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반면, 보수 진영이 이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현재로서 정부가 직접 조문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애도나 조전 등을 통한 조의 표명 수위를 놓고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민간의 조문 요청을 허용할지도 불투명하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정부의 조의 표명과 민간의 조문 허용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은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조의를 표명한 데 이어 조문 여부도 향후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수단체들은 조문은커녕 조의 표명에도 펄쩍 뛰고 있다. 최악의 경우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때 남한 사회를 분열시켰던 ‘조문 파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주석 사망 당시 진보 진영에서는 조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보수 세력은 “김일성은 반국가단체 수괴”라고 맞섰다. 미국 클린턴 정부가 애도를 표하고 스위스 제네바의 북한 대표부를 찾아가 조문을 한 것과 달리 김영삼 정부는 조문이나 애도를 표하지 않았다. 이후 오랜 기간 남북관계는 단절됐다.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미국은 과거 마오쩌둥 사망 당시 조문하면서 조문이라는 의례를 외교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며 “주변국들은 곧 조의를 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영수 서강대 부총장은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조의를 표명하는 것을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94년 문익환 목사 사망 당시 김 주석 명의의 조전을 보냈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도 김 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보냈고 같은 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