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당분간 '올스톱' 불가피… 정부 대처따라 기회될 수도

입력 2011-12-20 01:1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남북관계도 중대기로에 섰다. 한반도 정세 흐름의 중심축을 형성했던 북한 최고실권자가 돌연 급사하면서 당장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은 물론 남북관계가 ‘전면 스톱’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최소 1년간은 소강상태에 놓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가운데 양측 간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발 가능성은=북한이 당분간 김 위원장에 대한 애도기간을 갖는 만큼 남한에 대한 군사적인 도발 가능성은 적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체제 결속을 위해 또는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우발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내부 강화가 필요할 때 밖(외부)을 건드린다”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등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그런 면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북한이 곧 무너진다는 식의 경솔한 발언, 대북 심리전을 당분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앞으로의 북한 상황 자체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에서 큰 틀에서의 남북관계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이 중대한 변화를 맞은 만큼 서로가 상대 체제를 흔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술·전략을 펼치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남북관계 돌파구 계기 될까=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내부 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개혁과 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내년 강성대국 진입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대외 지원 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기존보다 전향적이고 유화적인 대북 정책을 취하고 북한이 이에 호응하면 남북관계가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체제가 강권하게 유지되면 북한이 강성대국을 목표로 개방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최소한 1년간 북한은 김정일을 앞세운 유훈통치 기간을 가질 텐데 이 기간 정부는 전략적인 대북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남북관계가 좀 더 경색되고 단절될 것이냐, 아니면 남북관계를 돌파할 계기로 만들어 갈 것이냐가 앞으로 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초미의 현안으로 떠올랐던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6자회담 재개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됐던 22일 베이징의 북·미 3차 대화는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 사망으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북·미 접촉이 중단돼 3개월 뒤에 재개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조문 정국을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당장의 남북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여론을 앞세울 경우 남북관계가 악화될 수 있고, 적절한 조의 표명 등 외교적으로 대응한다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