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北 권력공백 대혼란… 한반도 ‘긴장’

입력 2011-12-20 01:02

북한 김정일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30분 6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19일 일제히 보도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최고 권력 자리에 오른 지 17년, 74년 후계자로 지명된 지 37년 만이며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을 불과 14일 앞둔 시점이다.

조선중앙통신 등은 ‘전체 당원과 인민군 장병과 인민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발표문에서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 100(2011)년 12월 17일 8시30분에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발표문은 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내각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사인은 ‘중증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성 쇼크 합병증’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우리는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슬픔을 힘과 용기로 바꾸어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 주체혁명의 위대한 새 승리를 위하여 더욱 억세게 투쟁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권력승계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날 ‘김정은 영도체제’를 지지한다고 공식 밝혔다. 당 중앙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당 중앙군사위, 국무원 등 4개 기관은 조전을 통해 “우리는 조선(북한) 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 하에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특히 김정은은 232명으로 구성된 장의위원회 명단에서도 맨 앞에 이름을 올려 장의위원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명단에는 이영호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은 핵심 측근들이 대거 상위 순번에 포함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 장남 김정남은 장의위원에서 제외됐다. 구 소련을 포함해 사실상 종신제나 다름없는 공산주의 통치체제에서는 전임 통치자의 장의위원장이 예외 없이 권력을 승계했다.

장의위원회는 김 위원장 시신을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하고 영결식은 28일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 애도기간을 29일까지로 정하고 중앙추도대회도 같은 날 열 예정이다. 그러나 외국 조문단은 받지 않기로 했다.

한편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담은 보도를 내보내기 직전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동해상에 시험 발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군 소식통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사거리 120㎞ 정도의 ‘KN-02’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이 18일 전군에 특별경계근무 2호를 발령하고 국경지역 경계태세를 대폭 강화했다고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또 행정기관별로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장마당을 폐쇄했으며 해외 주재원들의 귀국조치도 취했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