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시장 패닉 부르는 과민반응 자제해야

입력 2011-12-19 17:4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우리 경제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게 됐다.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대외 신인도 평가에서 ‘한반도 변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증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경제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안보 태세도 탄탄한 만큼 과민반응은 자제하는 게 합리적이다.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주식시장은 급락했고, 달러화 가치도 급등했다. 하지만 투매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래주가에 투자하는 선물 시장에서는 매물을 내놓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물을 되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던 북한발 위기 때 시장이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경험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주가는 장중 한때 2%이상 폭락했으나 곧바로 반등해 이전 지수를 회복했다. 김정일 후계 체제가 어느 정도 굳어져 있던 당시와 김정은 체제의 착근 여부가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가뜩이나 유럽 경제위기로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고 있는 마당이어서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북한과 우리 경제 사이에는 직접적 연관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북한의 차기 권력체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더라도 우리 안보까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북 경협사업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지만 이미 현 정부 들어 거의 중단된 상태여서 더 악화될 여지가 적다. 우리 기업 123곳이 입주해 있는 개성공단 사업도 북한 근로자 4만8000명의 생계가 걸려있어 북한이 일방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은 낮다.

문제는 경제심리다. 주식투매나 생필품 사재기 등의 과잉반응은 합리적인 경제운용을 저해하며, 위기 자체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며, 이는 북한 체제가 제자리를 잡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