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고객이 5000원씩을 내면 1만원이 쌓입니다. 10분 뒤 (환율 등락을 맞힌) 승자는 4500원을 수익으로 가져갑니다. 회원가입 후 연락 주시면 거래자금 3만원을 입금해 드립니다.”
‘FX OO’라는 신종 사행성 투자기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홍보하는 스팸메일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FX OO는 영국 파운드화의 호주 달러화 대비 등락 여부를 예측, 자금을 투자하고 수익을 얻는 투자기법이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환차익을 목적으로 거래하는 파생상품인 ‘FX마진거래’를 활용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성업 중이다.
투자자들은 환율이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2가지 선택항 중 하나에 자신의 돈을 건다. 최소 베팅금은 5000원이고, 환율 등락 여부가 결정되는 시간은 단 10분이다. 상승·하락 여부를 맞힌 투자자는 수수료 10%를 제외하고 베팅금의 90%를 수익으로 얻는다. 하지만 틀리면 베팅금을 모두 날린다.
업체 측은 투자 방식이 간단하고 수익률이 높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제도권의 FX마진거래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의 90%가 손실을 입지만, FX OO를 통하면 수익률이 50%에 가깝다는 엉뚱한 논리를 제시한다. 파생상품시장 건전화 방안으로 FX마진거래의 증거금이 높아졌지만, FX OO를 통하면 적은 돈으로도 실전거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FX OO 지점은 현재 전국에 50여곳이 있다. 금융당국도 구체적인 투자자 수나 투자금액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백만원씩 투자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어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금융당국과 제도권 금융투자업계는 FX OO를 ‘도박’으로 본다. 고객이 실제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돈 놓고 돈 먹는’ 사행성 게임에 가깝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파생상품 관련 전문가는 “우연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홀짝 게임에 불과하다”며 “투자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환율 시세 화면만 띄워놓고 게임을 하는 것일 뿐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며 불법성을 강조했다. FX OO는 “금감원에서 2번 조사를 나왔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광고하지만 이것도 사실이 아니다.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은 지난해 11월 FX OO가 출시되자마자 사행성 문제를 인식, 업체 본사의 관할 경찰서인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실상 투자자들로부터 금전을 제공받는 금융투자업을 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경찰 수사결과와 금감원의 의견을 접수받은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8월 FX OO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으며, 오는 29일 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다.
금감원은 개인 투자자들이 현혹될 것을 우려해 FX OO 홈페이지를 폐쇄해 달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18일 “FX마진거래는 제도권 증권·선물사를 거쳐서 해야 한다”며 “도박장 개설 혐의까지 입증된다면 FX OO 고객들도 도박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 Key Word - FX(Foreign Exchange)마진거래
외환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한 나라의 통화를 파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통화를 사는 거래. 환율 시세에 따른 차익이 목적이다.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스위스 프랑, 캐나다 달러, 일본 엔 등 8개 통화가 거래 대상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10분 뒤 환율 알아맞히기’… 돈 놓고 돈 먹는 FX 마진거래 렌트 주의보
입력 2011-12-18 19:22 수정 2019-02-11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