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갈 곳 잃은 美 보수층 표심

입력 2011-12-18 18:17

미국 보수층의 표심이 갈 곳을 잃었다.

대선의 해로 넘어가기 직전인 지금쯤이면 대개 특정 후보가 유력하다는 예상이 나와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하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긴 하다. 그런데 불안한 1등이다. 공화당 내 대세론으로 굳어졌다기보다는 지난달 말부터 형성된 ‘또 하나의 1등’일 뿐이기 때문이다.

15일 밤(현지시간) 아이오와주에서는 내년 1월 3일 첫 당원대회(코커스)를 앞두고 마지막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가 열렸다. 예상대로 깅리치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격돌이었다. 깅리치는 자신이야말로 “미국을 제대로 복원시킬 수 있는 보수 후보”라고 보수층의 적자임을 내내 강조했다.

롬니는 어떤 면으로 보나 깅리치보다 자질이 낫다는 면을 부각시켰다. 그는 보수층 일부에서 문제 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보수주의 입장에서 문제가 없다’고 호소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깅리치의 개인적 흠집을 공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확실한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고 그동안의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 결과를 총체적으로 평가했다. 언론으로부터 깅리치는 ‘도덕성이 의심되는 보수주의자이자 믿을 수 없는 천재’로, 롬니는 ‘공화당 DNA가 의심되지만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종종 표현된다.

이런 표현은 보수층의 마음이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뜻이다. 보수 진영 내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다’ 하는 공감대가 확실히 형성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엎치락뒤치락하는 지지율 조사 결과는 보수층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 보수 층의 핵심세력은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허먼 케인 전 갓파더스 피자체인 CEO, 론 폴 하원의원 등을 돌아가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맞상대로 ‘집어넣다 뺐다’ 하며 최적의 후보를 고르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최근 몇 달 동안 지지율 선두주자 자리를 뒤바꾸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깅리치의 선두자리는 불안하다. 그래서 다음 달부터 연이어 펼쳐지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플로리다 등의 공화당 코커스와 프라이머리가 그래서 초미의 관심이다. 갈 곳 잃은 보수층의 표심들이 누구한테 결집될지는 1월 한 달 동안 펼쳐질 공화당 행사가 사실상 결정해줄 것 같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