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서울 노량진교회] 105년 전통의 교회, 홈스쿨 학생들과 “성탄 축하!”

입력 2011-12-18 18:16


서울 본동 용봉정 언덕 위에는 아래서 보면 배를, 위에서 보면 제트여객기를 닮은 기묘한 모양의 교회가 있다. 복음을 통한 영혼구원의 일념을 담아 1976년 노아의 방주를 본 따 지은 105년 전통의 노량진교회(강신원 목사)다. 이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영혼구원’이란 목적지를 향해 190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사회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왔다.

성탄절을 한주 앞둔 18일 교회는 오전부터 주일예배 준비로 분주했다. 총 5차례 이뤄지는 주일예배는 방주를 닮은 본당에서 4부까지 드리고, 2007년 완공된 100주년기념관에서 5부를 드렸다. 3000여명의 장년성도들이 예배를 드리기엔 본당은 다소 비좁아 보였다. 오전 11시에 드리는 3부 예배엔 성도들이 2층까지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찼다. 예배 시간에 지각한 성도들은 보조의자에 앉아야 했다. 더구나 기도시간에는 도중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기도가 끝날 때까지 예배당 문 앞에 일렬로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나님께 드리는 경건하고 엄숙한 예배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 목사는 ‘나병환자 나아만(왕하 5장 1∼14절)’이란 주제로 주일 말씀을 전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개인의 생사화복뿐 아니라 국가의 흥망성쇠를 움직이시는 분”이라며 “나아만이 순종할 때 고침의 축복을 받았듯 우리도 하나님께 순종해 그분의 섭리 안에 남북통일과 세계선교를 이룰 수 있도록 힘쓰자”고 강조했다.

성도들은 역사와 전통이 깃든 예배방식과 교회를 자랑스러워했다. 남편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이경선(34·여)집사는 “우리 교회의 강점은 전통 있는 경건한 예배”라며 “이는 초신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40여 년간 이 교회에 출석한 임정숙(46·여)집사는 “험악했던 시절, 열악한 시설에서 헌신하고 봉사한 어른들을 볼 때 신앙적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선배들의 행적을 본보기 삼기에 교회에서 분열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교회의 강점은 역사와 전통이 담긴 예배에 그치지 않는다.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일도 이 교회의 주요 사역 가운데 하나다. 교회는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성경말씀처럼 지역과 국가, 세계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2001년 북한에 ‘사랑의 겨울 옷 보내기 운동’에 참여했고 2002년과 2003년엔 태풍 루사·매미 피해지역과 대구지하철 참사지역에 헌금을 보냈다. 최근엔 아이티 지진 구호지원에 참여했다. 지역에서는 1991년부터 명절과 성탄절마다 저소득 이웃에게 ‘사랑의 쌀·김장 나누기’와 기아대책과 함께하는 ‘행복한 홈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저소득 맞벌이·다문화·조손가정의 자녀로 구성된 ‘노량진 행복한 홈스쿨’은 지역사회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32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홈스쿨은 방과 후 방치된 학생들을 보호하고 학습 및 생활·신앙지도를 위해 기아대책과 함께 만들어졌다. 영어·수학을 비롯한 전 과목을 인근 대학생들이 지도하는 한편, 악기를 가르쳐 매달 공연무대에 세움으로서 학습능력과 자신감을 배양시키고 있다.

특히 이날 주일 오후에는 홈스쿨 학생 19명과 함께하는 학생·청년1부 성탄축하예배가 열렸다. 학생들은 그간 갈고닦았던 오카리나와 플룻 실력으로 ‘내게 있는 향유 옥합’ 등의 곡을 연주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교인들은 연주 후 뜨겁게 박수를 치며 이들의 미래를 축복했다.

노량진 홈스쿨 시설장 권숙자(68·여)장로는 “말을 안 듣고 억셌던 친구들이 홈스쿨에서 신앙교육과 학습방식, 악기를 배움으로 성적과 성품이 향상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결손가정으로 인해 입은 마음의 상처를 상담으로 치유하고 정기검진, 균형 잡힌 식사로 건강을 챙겨 아이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는 홈스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