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98) 한반도 선사시대 유물들

입력 2011-12-18 17:36


선사시대는 문자로 역사적 사실들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전의 시기라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선사시대의 종말을 문자 출현을 기준으로 할 때 가장 이른 지역은 중동지역으로, 수메르문명 단계인 기원전 3000년경이랍니다. 중국은 기원전 1750년 상대(商代) 이전이 선사시대에 속하고, 한반도의 경우 삼한시대 이전의 구석기∼신석기∼청동기시대가 이에 포함되지요.

4만년 전 선사시대의 삶은 문자가 없으므로 유물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밖에 없답니다. 구석기 때 인간은 돌을 깨뜨려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이 가운데 주먹도끼가 대표적이죠. 그동안 한반도에서는 50여점의 주먹도끼가 출토됐는데, 1978년 미군 병사가 한탄강변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주먹도끼를 썼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대구 월성에서 출토된 작은 돌날 400여점은 구석기시대 소형 석기의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돌날 여러 개를 나무나 동물의 뼈에 끼워 칼이나 창처럼 사용하기도 했답니다. 2005년 전북 임실 가덕리에서 발굴된 등손잡이칼은 이전까지 일본 열도에서만 출토된 것으로, 한반도와 일본 구석기 문화의 관계를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지요.

빙하기가 끝난 신석기에는 동·식물상이 변화하면서 도구도 크게 달라졌답니다. 음식이나 물건을 담을 수 있는 토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신석기 문명이 구석기보다 한 단계 발전했음을 보여줍니다. 토기의 무늬도 빗살, 번개, 점줄 등 다양하고 높이는 10㎝부터 90㎝까지, 바닥이 평평한 것, 동그란 고리가 달린 것 등 크기와 형태도 각양각색입니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해양 자원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고래를 잡은 증거로 작살이 꽂힌 고래 뼈(부산 동삼동 유적)가 있고,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된 배와 노(경남 창녕 비봉리)도 있습니다. 높이가 3m에 이르는 부산 동삼동 조개무지 토층에는 굴 소라 전복 등이 함께 묻혀 있어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잠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48기의 무덤이 발견된 부산 가덕도 유적에서 나온 신석기 인골도 볼거리랍니다. 무릎은 굽히고 팔은 X자 형태로 매장한 이 인골의 팔에는 조개 팔찌 8개가 끼워져 있으며, 옥과 상어이빨, 사슴 다리뼈를 이용한 장신구도 동시에 나왔습니다. 현대인들이 사후에 다른 세계가 있는 것으로 믿는 것처럼 신석기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죠.

국립중앙박물관에 선사고대관 구석기실·신석기실이 최근 개관했습니다. 선사시대 문화를 생생하게 펼쳐 보이는 유물 1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답니다. 지난해 경북 울진 죽변 유적에서 출토된 신석기인의 미소 띤 얼굴 토기 등 600여점을 새로 선보입니다. 문자없이 생활한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이 다소 답답해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순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기회랍니다.

문화생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