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 종결… 명분 없는 전쟁, 美 경제·리더십에 상처만 남겼다
입력 2011-12-16 18:10
이라크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났다.
미국은 15일(현지시간) 9년 가까이 진행돼온 이라크 전쟁의 종결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과 이라크군 수뇌부는 바그다드 인근 공항에서 전쟁 종결 기념식을 가졌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이라크를 전격 방문, 전쟁 종결 기념식 연설을 통해 “이제 미군은 이라크를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들을 향해 “여러분들의 희생으로 이라크 국민들이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면서 “미국은 앞으로도 이라크의 친구이자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505개 기지, 17만명에 달했던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은 현재 2개 기지에 5500여명이 남은 상태다. 이 병력도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경비 병력 등을 제외하고는 이달 안에 모두 철수한다. 미군이 떠난 뒤 이라크 문제는 이라크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다시 한번 긴 도전의 길이 이라크와 미국 앞에 놓인 셈이다.
◇상처만 남은 전쟁=미국의 어느 정치인이나 언론도 현 시점에서 이라크 전쟁을 ‘승리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일방적인 침공’ 같은 표현이 더 자주 쓰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전쟁을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역사가 재평가를 하겠지만, 현실적인 평가는 미국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이라크 전쟁 명분이었던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는 이라크 영토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WMD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서도 사실을 오도해 9·11테러 보복을 위한 침공 구실로 삼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게다가 유엔 동의도 받지 못한 무리한 전쟁이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석유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이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오사마 빈라덴은 대미(對美)테러의 주요 목적을 ‘막대한 전비(戰費)를 사용케 해 미국 경제를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규정했었다. 9·11테러로 인한 이라크 전쟁은 미국으로 하여금 엄청난, 더 이상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경제력과 국력을 소진토록 했다.
◇전쟁 후유증과 향후 전망=이라크를 침공하며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미국은 전 세계 국가를 향해 자신의 편에 설 것을 강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비(非)우호국, 나아가 적국으로 간주했다. 침공 초기 이라크 전역을 순식간에 점령하면서 미국은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점차 두 개의 전쟁 수렁 속에 빠져들면서,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의 일방주의는 강력한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이라크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힘을 보여줬던 동시에, 글로벌 리더십의 정당성을 의심받기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했다 하더라도 미국의 중동 정책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는 미 해군 5함대와 병력 5만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는 자체적인 국방은 물론 국내 치안 능력까지 부재한 상황이다.
이란의 핵개발과 함께 불안한 이라크 정정(政情)은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관리해야 할 가장 큰 핵심 변수로 남아있는 셈이다. 이라크가 통제 불능의 불안 상태로 빠져들게 되면 미국은 이 지역 안보이익을 위해 또다시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