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철수 미군 ‘보안 구멍’…쓰레기장서 기밀문서 나뒹굴어

입력 2011-12-16 01:25

미국이 15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종전을 선언하고 이라크에서 대부분의 군사를 철수시켰지만 군 기밀문서 상당수의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군의 철수 결정 이후 대부분의 기밀문서가 미국으로 옮겨지거나 소각됐지만 아직도 많은 수가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 쓰레기장에서 나뒹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는 어린이와 여성 등 24명이 피살된 2005년 하디사 마을 양민학살 사건 조사 서류도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은 미군이 이라크에 남긴 최대 오점 중 하나다.

이 사실은 NYT 기자가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하디사 마을 사건 조사 문서를 찾아내면서 드러났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서에는 사건 연루 병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이나, 시신 발견 장소의 약도도 포함됐다.

또 문서에 따르면 미군들은 항상 ‘적’에게 포위됐다는 인식을 가졌던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민간인 사망에 대해 점점 둔감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이 지역 지휘관이었던 스티븐 존슨 소장이 “하디사 사건이 지속되던 민간인 사망의 형태라고 생각해 정밀 조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의견을 밝힌 사실도 담겨 있다.

다른 기밀문서 가운데는 헬리콥터 이동 경로나 레이더 탑지 범위가 표시된 군사 지도 같은 민감한 내용이 담긴 것도 있었다.

한편 미군은 이날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전쟁 종결 기념식을 갖고 종전을 공식 선언했다. 9년 가까이 이어진 이라크 전쟁 기간 동안 10만명 이상의 이라크 국민과 4500명의 미군이 희생됐으며, 8000억 달러 이상의 돈이 투입됐다. 미군은 이달 안에 철수를 완료한다.

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