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원전 고장과 전력 비상] 2011년 겨울 전력 수급 아슬아슬… ‘블랙아웃’ 우려 증폭
입력 2011-12-14 20:02
정부는 올겨울 전력피크철에 예비전력이 53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력예비율이 1%도 안 되는 것으로 전국이 동시에 정전되는 사실상 블랙아웃(Black out) 직전 상황이다. 지난 9월 15일 정전대란이 발생했을 때 예비전력이 24만㎾였던 점을 감안하면 똑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정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전력피크)는 전년 대비 5.3% 증가한 7853만㎾, 공급은 2.4% 늘어난 7906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겨울철(12월 5일∼2월 29일) 예비전력은 평균 153만㎾로 적정 기준(400만㎾)에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내년 1월 둘째, 셋째 주엔 예비전력이 53만㎾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 관측이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소 2기가 잇따라 고장으로 멈춰서면서 언제라도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루 사이 잇따라 고장난 울진 원전 1호기와 고리 3호기는 발전용량이 95만㎾다. 증기발생기 전열관 결함으로 장기 정비 중인 울진 4호기는 100만㎾다. 따라서 올겨울 전력피크철에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상태가 되는 셈이다.
더구나 전국의 발전소들이 언제 고장 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크고 작은 결함으로 발전소 고장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당진화력 4호기와 신인천복합 10·11호기가 불시 고장을 일으켜 멈춰 섰다. 10월에는 울진원전 6호기 등 세 곳의 발전기가 가동 중단됐다. 12월에도 울진 1호기와 고리 3호기뿐 아니라 울산화력 1기가 고장을 일으켰다. 월평균 3∼4건의 고장이 일어나는 셈이다. 지난 9월 정전대란 당시에도 불시 고장을 일으킨 발전소들이 사고를 키웠다. 정부는 여수화력과 예천 양수발전 등 폐기 예정이었던 발전소까지 총동원해 공급능력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원하는 대로 발전용량이 따라줄지 미지수다.
게다가 원전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부패와 관리 부실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고리 3·4호기를 관리하는 2발전소 직원이 뇌물을 받고 중고부품을 납품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2발전소는 2001년에도 직원이 리베이트 문제로 구속 기소된 적이 있다. 지난해에는 신울진 1·2호기 건설과정에서 수억원의 공사비를 가로채기도 했다.
2009년에도 미국 밸브제조업체 관계자가 한수원에 뇌물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울진 원전 4호기 증기발생기 전열관이 무더기로 손상된 것도 관리 부실의 단적인 예다.
한수원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부패와 관리 부실로 원전이 잦은 고장을 일으킨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고 자칫 정전대란으로 국가시스템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